김병현이 창단 4년만에 첫 월드시리즈 제패의 위업을 이루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운명을 양어깨에 짊어졌다.
애리조나의 맞상대가 38번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오른 ‘전통의 명문’ 뉴욕 양키스로 결정났기 때문.
양키스 타선은 자타가 공인하는 메이저리그 최강의 라인업. 이름난 홈런타자도 없고 3할을 친 선수도 데릭 지터, 버니 윌리엄스외엔 눈에 띠지 않지만 한번 찬스를 잡으면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근성과 응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병현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리조나는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등판때마다 완봉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인 커트 실링-랜디 존슨의 눈부신 호투덕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물론 애틀랜타와의 NL 챔피언십시리즈 4,5찬전에서 보여준 김병현의 완벽한 마무리도 빛났지만 뭐니뭐니해도 ‘원투펀치’의 공이 제일 컸다.
하지만 실링과 존슨이 양키스를 상대로 디비전 시리즈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때와 같은 위력을 발휘할진 의문이다. 앞서 밝혔듯 양키스 타선은 빅리그 어느 투수를 상대해도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 4년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양키스 타선은 포스트시즌만 되면 상하위 타선의 구분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1번부터 9번까지 모든선수가 위험한 존재들로 돌변한다. AL챔피언십 시리즈의 경우 양키스가 승리한 1,2,4,5차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적시타를 터뜨린 선수가 각각 폴 오닐, 스캇 보로시어스,알폰소 소리아노, 버니 윌리엄스 등으로 경기마다 달랐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제아무리 실링과 존슨이라도 상대가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양키스라면 2~3점은 내준다고 봐야한다. 또 양키스 타선은 큰거 한방을 노리기 보단 연타를 치며 끈질길게 상대투수를 물고늘어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양키스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흔히 평소보다 투구수가 많아진다.
이는 김병현이 등판할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리조나에는 실링-존슨-김병현의 ‘삼두마차’외엔 확실한 믿음을 주는 불펜투수가 없다.
특히 김병현은 NL챔피언십시리즈 4,5차전을 통해 밥 브렌리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신임을 얻었다.
따라서 김병현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한두점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8회부터 조기등판하는 일이 종종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밥 브렌리 감독이 머릿속에 그릴수 있는 승리공식은 ‘원투펀치+김병현’이 최상의 조합이기 때문.
월드시리즈 1차전은 28일(한국시간) 애리조나의 홈구장 뱅크원 볼파크에서 개막한다. 동양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설 것이 확실한 김병현이 피닉스의 뜨거운 태양처럼 빛나는 투구로 팀 승리를 지켜낸다면 애리조나가 ‘최강’ 양키스의 벽을 넘어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차지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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