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화합을 강조하는 종교가 일부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경찰관’ 역할을 유엔에 점진적으로 넘겨야 합니다.”
노벨 평화상 위원회 부위원장 구나르 스톨셋 주교(루터리안 교회)는 노벨 평화상 100주년을 맞아 전쟁의 먹구름이 짙게 깔린 세계정세에 대해 언급하며 미국의 합리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미 테러참사 이후 종교의 역할 등을 논의하기 위해 23∼25일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종교평화회의(WRPC) 심포지엄에 참석차 뉴욕을 방문중인 스톨셋 부위원장은 22일 오후(현지시간) 전화인터뷰에서 “‘신성한 전쟁’ ‘십자군’ ‘지하드(성전)’ 등 종교적 단어가 자주 등장해 이번 전쟁이 이슬람과 서방의 충돌로 비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종교 일부원리주의자 악용▼
그는 또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는 시장이 아닌 인류화합 중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톨셋 부위원장은 미국의 대처와 관련해 “테러공격을 당한 미국의 입장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정당하지만 이번 전쟁을 구실로 미국이 독단적인 지도력을 행사하는 ‘세계 경찰’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러는 각 국가가 유엔의 지도력 아래 자발적으로 척결해 나가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세계화 인류화합에 맞춰야▼
그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일부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 “평화상 수상자들은 세계평화를 위해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힘써야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톨셋 부위원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세계의 이목이 중동에 집중되면서 동아시아 안보와 한국의 통일문제 등에 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면서 “한국인들 스스로 이분법적 냉전원리에서 벗어나야 하며 화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이분법 사고 벗어나길▼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해 그는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것 등으로 인해 김대통령의 입지가 약해졌다고 듣고 있지만 임기 마지막 날까지 남북한 화해와 평화를 위해 초심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해 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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