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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이란 “美의 중앙아시아 장악 막아라”

입력 | 2001-10-23 19:08:00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미국이 중앙아시아의 장기적인 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우려한 러시아와 이란 등의 대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의 지도자 부르하누딘 라바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모노프 타지키스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북부동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탈레반 정권 이후엔 북부동맹이 정권을 맡아야 하며 탈레반이 일절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과거 구소련 공화국의 하나였던 타지키스탄을 통해 북부동맹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부동맹은 타지키스탄처럼 타지크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1일에도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 등은 두샨베에서 북부동맹의 모하메드 파힘 장군 등을 만나 탈레반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국경선은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점을 거듭 확인하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제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란은 인접국인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이 최근 미군에 군사기지를 제공한 것에 대해 불안해하면서 러시아의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아프가니스탄이 ‘중앙아시아의 중앙’에 자리한 전략요충이며 카스피해 등의 석유를 인도 등으로 보내는 주요한 통로라고 여기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반대하는 것.

두 나라는 특히 미군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코소보에서 보듯 아프가니스탄에서 승전한 후 지역 안정을 명분으로 장기 주둔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편 필립 리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러시아의 북부동맹에 대한 지원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연립정권 구상과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최대 민족이 파슈툰족임을 감안해 온건파 탈레반 등을 포함한 범민족 연립정권을 세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북부동맹의 역할에 대해 반대하면서 파슈툰족 중심의 연립정권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최대 맹방이다.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