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자제하던 미국이 방침을 바꿔 23일 북부동맹과의 연합전선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의 대(對) 테러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영국도 이날 해병대와 공수여단 등 지상군 병력 1000여명을 오만의 전진기지로부터 곧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투입할 것이라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호주의 정예부대 병력 150여명도 이날 서부 도시 퍼스에서 존 하워드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참전행사를 갖고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출발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미국은 21일과 22일 탈레반군과 북부동맹군이 대치하고 있는 수도 카불 북부 전선을 폭격한 데 이어 23일 새벽에도 두 차례에 걸쳐 카불을 공습했다.
AFP통신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날 새벽 카불 상공에 전투기가 나타나 3발의 폭탄을 투하했으며 몇 시간 뒤 또다시 2발을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미국이 연이어 카불 북부 전선을 폭격한 것은 탈레반군과의 전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북부동맹의 군사 작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카불 점령을 시도하며 북쪽에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북부동맹에 대한 지원에 인색한 태도를 보여왔다. 북부동맹은 아프가니스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이 아니며 국민의 지지도 받지 못해 탈레반 전복 이후 정국을 주도할 경우 정정 불안이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2일 전황 브리핑에서 “땅을 더 점령할 능력이 있는 지상의 부대를 돕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해 미국이 북부동맹 지원에 나섰음을 확인했다.
미국이 ‘북부동맹 지원’으로 방침을 선회한 것은 겨울이 닥치기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다음달 17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의 라마단 금식월에도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슬람권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탈레반측은 미 공군기가 23일 아프가니스탄 서부도시 하라트의 이슬람사원에 폭탄을 투하해 기도 중이던 주민 15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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