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2002시즌 개막을 눈앞에 둔 프로농구가 일부 구단의 원칙을 무시한 팀 이기주의로 시즌 개막 전부터 혼란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를 제어해야할 한국농구연맹(KBL)이 오히려 맞장구를 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SK 빅스는 지난 시즌까지 신세기 빅스로 불렸으나 모기업이 SK그룹에 흡수되며 매각이냐 해체냐의 기로에 섰던 구단이다. 하지만 SK그룹 측은 매각이 쉽지 않자 홍보극대화를 이유로 팀 명칭을 ‘SK 빅스’로 바꿨다. SK그룹은 이미 ‘SK 나이츠’농구단을 소유하고 있어 프로농구 출범 당시 구단들이 모여 만든 ‘같은 계열사가 2개 이상의 팀을 소유할 수 없다’는 규약을 깬 것은 물론 팀 명칭에서도 혼란을 초래한 것.
문제는 KBL의 태도. 규약 위반임을 모를 리 없는 SK 측이 ‘명칭변경이 안 되면 해체할 수밖에 없다’며 당당히 승인을 요청하자 이를 제재해야 할 KBL은 이사회를 열고 ‘이번만’이란 조건을 달아 SK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런 SK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따른 구단은 KCC 이지스. 지난 시즌 SK 나이츠소속으로 뛸 때 선수폭행으로 6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당한 용병 재키 존스에 대한 징계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 올 트라이아웃에서 징계 꼬리표가 붙은 존스를 뽑은 것은 이를 감수하겠다는 의사표시였지만 수중에 들어오자 징계를 줄여달라고 억지 요구를 한 것. 실력이 입증된 존스의 징계가 완화될 것 같았으면 SK 나이츠가 재계약을 포기했을 리 없고 만약에 징계가 과했다면 트라이아웃 전에 완화해 모든 구단에 선택의 기회를 제공했어야 했다. 하지만 KBL은 KCC의 요구마저도 선뜻 들어줬다.
한번 터진 둑을 막기란 쉽지 않다. 앞으로 각 구단이 이런 전례를 들어 원칙을 무시한 요구를 해올 경우 KBL은 무슨 명분으로 이를 거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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