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할머니들이 낮에는 아이보고 집안일하고 어른 시중들고, 밤에는 호롱불 아래서 저고리를 기웠다던가…. 권향유씨(28·사진)는 2개월과 1년2개월 된 두 아이가 잠든 후 스탠드불 밝히고 포토샵 작업을 하거나 향수를 포장한다.
“결혼 전에 정유회사를 7년 다녔고요. 결혼하고 일을 안하다가 둘째 낳기 3개월 전쯤(올 6월) 인터넷으로 화장품을 파는 선배를 보고 저도 시작했죠.”
주위의 반응은 ‘경악’이었지만 아이를 낳으면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아 ‘생각난 김에 저질렀다’고 한다. 남편은 ‘작업은 집에서 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지난달까지 평균 월매출은 약 3000만원. 권씨에게 들어오는 순익은 300여만원이다. 이달은 공동구매가 대박을 터뜨려 매출이 5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직원은 권씨와 배송을 맡아주는 남동생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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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커뮤니티포털 프리챌(www.freechal.com)에서 개인에게 임대해주는 소호몰에 ‘퍼퓸-몰’이라는 이름으로 입점해 있다. 프리챌에 월임대료 50만원과 판매건수마다 일정액의 수수료를 낸다.
프리챌 회원을 대상으로 배너광고를 내는 등 판촉을 지원해줘 ‘혼자 장사하는 초보자’가 인터넷에 상점을 열기에 적합하다. 퍼퓸-몰의 회원은 현재 5000여명이다.
1주일에 3번은 시장조사를 나간다. 기획상품을 선정하기 위해서다. 백화점의 향수·화장품매장에서 가격과 기본적인 특징 외에도 “저녁에 바르는 게 좋아요, 오전에 바르는 게 좋아요?” “건성피부인데 다른 화장품하고 섞어 발라도 돼요?” 등 꼬치꼬치 묻는다. 다른 손님들에게도 “선물할 거에요?” “이 향수는 겨울에 많이 쓰세요?” “한 달에 향수 몇 개 정도 사요?” 등 끊임없이 ‘집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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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전화로 질문할 때 즉시 답변을 못하면 바로 고객을 잃는 거예요. 게시판의 문의사항에 답변이 늦어도 그렇고요. 판매자가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느끼면 고객은 ‘우수수’ 떨어지고 말죠.”
권씨는 다른 주요 향수판매 사이트 20여곳의 게시판도 매일 들른다. 어떤 종류의 고객불만이 있는지, 어떤 질문이 많은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향수와 화장품 브랜드 유래부터 원료, 용어, 잘 어울리는 옷 등 고객의 예상질문에 대해 미리 모범답변을 마련해 둔다.
“다른 사이트들의 시향기 코너도 확인해야 합니다. 향기마다 사용자가 어떤 느낌을 받는지 알 수 있어요. 예컨대 ‘가을, 책과 커피와 연인과 함께 하는 향수’라는 타이틀로 할인이벤트를 연다면 정확히 그 분위기의 향수를 할인제품으로 내놔야 하거든요.”
이달초 공동구매에 올린 ‘갤랑파우더’도 치밀한 시장조사를 거쳐 선정한 품목이다.
“신청자가 많아 제품이 150개나 모자라지 뭐예요. 대리점에도 물건이 동났다고 하고…. 품절 사태가 나면 사이트 신뢰도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판매를 해야 하거든요.” 권씨는 판매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백화점에서 150개를 구입해 배송했다.
“억지스럽고 골치 아픈 고객도 있어요. 그렇더라도 100% 고객의 입장에서 대해야 해요. 환불도 최대한 해주고 정 안 될 때는 두 번, 세 번 정중하게 설명해야죠.” 서비스나 사이트에 불만을 느낀 고객이 인터넷의 향수동호회 등에 악평을 올리면 영업에 치명타라는 것.
“포장은 제가 직접 합니다. 비닐로 겉을 싸매면 리본이 망가지기도 하고,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요. 배달받았을 때 포장이 깔끔하지 않으면 다시는 그 사이트를 이용하고 싶지 않을테니까요. 포장기술은 꽃가게나 백화점의 포장코너를 유심히 보면 익힐 수 있어요.”
현재 1일 배송건수는 약 50건. 권씨는 1일 배송이 150건 정도로 늘면 사이트관리자와 배송담당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할 계획이다.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