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4일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올 여름 제주 휴가에 박종렬 대검 공안부장이 동행한 사실과 관련해 “대통령 아들의 휴가를 고위 공직자가 ‘수행’한 것은 자유당 때나 있었던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은 “오래 전부터 가깝게 지내온 두 사람이 휴가지에서 만난 것이 무슨 문제냐. 사생활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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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경위〓8월 4∼6일 김 의원이 제주에서 가족들과 여름 휴가를 즐길 때 박 부장이 합류했다는 게 양측의 주장. 박 부장은 바쁜 일정 때문에 혼자 늦게 제주로 떠났고, 같은 호텔에 머물며 김 의원과 두 번 정도 식사를 같이 했으며, 서울에 올 때는 같은 비행기를 탔다고 박 부장은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이 있는 모 기업체 스포츠단 정학모(鄭學模) 사장이 두 사람과 제주 일정을 같이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들의 휴가를 ‘대통령 아들과 고위 공직자 및 업자의 불순한 여행’이라고 비난했다.
▽공직자의 처신〓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김 의원이 무슨 자격으로 검찰 간부 등을 대동하고 여행을 가느냐”며 “대통령의 아들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우근민(禹瑾敏) 제주지사와 유봉안(柳奉安) 제주지방경찰청장이 공항까지 나가 김 의원을 마중하거나 배웅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공직자로서 이들의 자세를 문제삼았다.
우 지사는 김 의원이 제주를 떠날 때 공항에 나가 배웅했고, 유 청장은 김 의원이 도착할 때와 떠날 때 모두 공항에 나가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청장은 22일 제주지방경찰청을 방문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김 의원은 ‘주요 요인’에 해당돼 경호 차원에서 공항에 나갔다. 김 의원이 1월 제주에 왔을 때도 공항에 나갔고, 그 때는 김 의원측이 경호용 차량을 요구해 제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부장 경력 시비〓한나라당은 박 부장이 광주 출신으로 현 정권 출범 후 초고속 승진을 했다며 김 의원의 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박 부장이 정권 출범 첫 해인 98년3월 서울지검 차장에서 서울고검 공판부장(98년8월) 대통령민정비서관(99년3월) 법무부 보호국장(99년8월) 대검 공안부장(2001년5월)으로 영전을 거듭했다는 주장이었다.
권 대변인은 “박 부장 말대로 10년 전부터 김 의원과 가깝게 지낸 덕인지 정권 교체 후 박 부장이 5개월 단위로 3년 사이에 초고속 승진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들은 “박 부장이 승진한 것이라면 검사장 승진 한 번뿐인데, 당시 박 부장의 동기(사시15회) 중 절반 이상이 같이 승진했다”고 반박했다.
▽책임 논란〓한나라당측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검 공안부장이 대통령의 아들인 여당 의원을 수행해 여행을 다니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죽이는 행위”라고 여권을 압박했다.
권 대변인은 “평소 검찰권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검찰을 불신하고 있는 마당에 모범이 되어야 할 검찰 간부가 대통령 아들 뒷바라지나 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검찰권 회복 열망을 짓밟는 파렴치한 행동”이라며 박 부장의 파면을 촉구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휴가가 아닌 시기에 제주에 갔다면 모를까, 휴가때 갔는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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