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한국시리즈에서 OB(현 두산)는 기상천외한 ‘위장스퀴즈 작전’을 들고 나와 재미를 톡톡히 본 적이 있다.
‘위장 스퀴즈’는 주자가 무사나 1사 1,3루에 있을 경우, 타자가 스퀴즈에 실패하는 척하며 1루주자가 2루도루를 시도하는 작전. 타자가 번트자세를 취했다가 실패하는 모션을 취하면 포수는 스퀴즈인줄 알고 공을 잡은 뒤 3루주자에 신경써 2루주자의 도루를 ‘수수방관’하기 마련이다.
당시 OB 김인식감독은 결정적인 고비에서 이 ‘위장 스퀴즈’를 써먹어 두 차례 효과를 본 적이 있다.
필름을 돌려 이제 6년 후인 2001한국시리즈. 두산이 올해 내세우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허를 찌르는 베이스러닝이다. 정수근외엔 빠른 주자가 없는 두산은 올 한국시리즈에서 기동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으로 커버하고 있다.
24일 한국시리즈 3차전. 승부의 ‘분수령’이 된 2회말에서 두산 주자들은 삼성 수비진의 의표를 찌른 기동력 야구로 대거 3점을 뽑았다. 무사 1,2루에서 1루에 있던 몸무게 ‘0.1t짜리’ 김동주는 안경현의 가운데 안타때 3루까지 뛰어 세이프. 공이 3루로 중계되는 사이 ‘느림보’ 안경현은 단타로 재치있게 2루를 점령했다. 이 두명의 주자들은 후속타자의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모두 득점에 성공. 상대의 적극적인 주루플레이에 넋이 나간 삼성 수비진은 경기내내 잇따라 실책성 플레이를 펼쳐 경기를 망쳤다.
두산은 2차전에서도 ‘흑곰’ 우즈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2루도루를 성공시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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