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의 최대 화두는 해태 시절 ‘V9’에 빛나는 우승청부업자 김응룡 감독을 영입한 ‘한국시리즈 7수생’ 삼성의 우승 여부. 24일 잠실 3차전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악령과 우승 확률 100%를 자랑하는 김 감독의 행운이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인 한판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포스트시즌 사상 최장시간인 4시간36분의 난타전 끝에 두산이 11-9로 승리. 초반 볼넷을 남발하는 삼성 투수진과는 달리 두산엔 행운이 따랐다. 두산은 0-1로 뒤진 2회 선두 심재학이 볼넷을 얻은 뒤 김동주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 앞 안타로 연결되며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고 안경현이 두 차례나 번트 실패를 한 것은 전화위복이 됐다.
포스트시즌 들어 맹타를 터뜨리고 있는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 안경현은 좌중간에 떨어지는 동점 적시타로 명예회복을 했고 두산은 홍성흔의 좌익수 앞 역전타와 이도형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보태며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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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우즈와 마해영이 1점홈런을 주고 받아 4-2로 앞선 6회 홍원기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루에서 정수근의 땅볼타구가 삼성 1루수 이승엽의 키를 넘기는 2루타가 되며 대량득점의 포문을 열었다. 장원진의 유격수 앞 땅볼 때 1점을 뽑은 두산은 우즈가 고의볼넷을 얻어 만든 1사 1, 3루에서 심재학과 김동주의 연속안타로 2점을 보탰고 안경현의 땅볼 때는 삼성 3루수 김한수가 1루에 던진 공이 3루로 들어오던 심재학의 헬멧을 맞고 튕겨나가 손쉽게 2점을 더 달아났다.
결국 두산은 홍성흔의 2타점 2루타가 이어지며 6회에만 7득점, 한국시리즈 사상 한 이닝 최다점수 타이기록을 세우며 스코어를 11-2로 벌렸다.
그러나 삼성도 10월만 되면 주눅이 들던 예전의 모습은 아니었다. 삼성은 곧 이은 7회 2사후 박정환의 2루타를 시작으로 8명의 타자가 볼넷 1개를 포함해 7연타수 안타를 터뜨리며 6득점하는 불같은 추격전을 펼쳤다. 두산은 7회에만 5명의 투수를 바꾸며 마무리 진필중을 일찌감치 투입하는 총력전을 벌인 끝에야 겨우 불을 끌 수 있었다. 막판 혼쭐이 나긴 했지만 두산은 이날 승리로 1패 후 2연승을 따내 7전4선승제의 단기승부인 한국시리즈에서 절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프로야구 20년 사상 먼저 1패를 한 팀이 2연승한 경우는 네 번째. 두산의 전신인 OB가 82년(1무 포함)과 95년, 해태가 89년에 1패 후 2승을 거둔 기세를 몰아 우승컵까지 안았다. 반면 2패를 먼저 당한 팀이 역전 우승을 한 경우는 93년 해태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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