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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스코어', "마지막 한탕… 세관을 털어라"

입력 | 2001-10-25 18:15:00


로버트 드 니로(58), 에드워드 노튼(32) 그리고 말론 브란도(77).

한꺼번에 모으려면 제작비 걱정부터 해야 할, 각 세대를 대표하는 이들 세 배우를 내세운 ‘스코어’는 사실 흥행에 별 걱정이 없어 보인다. 화려한 출연진에다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이기 때문이다.

베테랑 금고털이범 닉 웰즈(드 니로)는 은퇴 후 여자 친구와 재즈 클럽을 운영하며 평범하고 ‘합법적’으로 살고 싶어한다. 그러던 중 오래된 파트너인 장물아비 맥스(브란도)가 빚을 갚고자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탕할 것을 종용한다.

대상은 그들이 살고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 세관에 보관되어 있는 프랑스 국보인 황금 장식물. 그리고 맥스는 닉에게 이 건을 제안한 젊고 당찬 도둑 잭 펠러(에드워드 노튼)를 소개한다. 닉은 마음에 들지 않던 그 ‘애송이’가 세관에서 장애인으로 행세하며 황금 장식물을 훔칠 기회를 엿보는 것을 알고 그와 같이 작업한다.

‘스코어’는 할리우드 범죄 영화에서 흔한 작법을 따른다. 베테랑과 신참이 파트너로 만나 격렬한 충돌 끝에 접점을 찾는 것이나 노회한 후견인이 뒤에 버티고 있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스코어’는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빅스타들이 출연했는데도 평범한 할리우드 영화에 그쳤다. 드 니로는 뭔가 터트릴 듯 하면서도 평이하고 노튼은 그저 피끓는 젊은이일 뿐이다.

그래서 영화는 관객에게 ‘이제부터 뭔가 나오겠지’하는 두근거림만 안겨준 채 다소 예측가능한 결말로 이어진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급강하를 위해 천천히 올라가다 중간에 멈춰버린 느낌이다. 마지막 반전은 제법 팽팽하나 처음부터 늘어져버린 플롯을 일으켜 세우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알 파치노와 공연했던 ‘히트’(1995년)에서 차갑고 매력적인 갱스터를 연기했던 드 니로는 이젠 늙어 보인다. 황금 장식물을 훔치려 파이프에 거꾸로 매달린 채 비오듯 땀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몸을 많이 쓰는 연기가 그에게 버겁게 보인다.

‘프리미얼 피어’(1996년)에서 소름끼치는 다중 인격자를 연기했던 노튼은 특유의 복잡한 속내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 장애인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표정이나 몸짓에서 노튼의 탄탄한 연기를 엿볼 수 있다. 자세히 봐야 ‘대부’의 표정을 감지할 수 있는 브란도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11월 3일 개봉.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