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전 이런 야구는 처음 본다.너무 어이가 없다.”박영길 전 삼성감독.
“투수만의 잘못은 아니다.포수의 연구가 너무 부족했다.”이희수 전 한화 감독.
“이투수 저투수 마운드에 올리지 말고 피칭머신으로 누가 더 화끈한 공격력 폭발시키는지 보는게 났겠다”네티즌 야구사랑.
“중학교때 동네야구에서도 18:11은 없었다.”삼성팬.
한국프로야구의 ‘최고봉’을 가린다는 한국시리즈 3·4차전을 바라본 야구전문가들과 팬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어이 없다’ 였다.
두산의 응집력과 삼성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돋보인 3차전에서 두산이 11:9 로 승리하는 것을 바라볼때만 해도 ‘몇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멋진 타격전’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4차전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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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투수들의 수준 미달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포수의 어설픈 투수리드를 더 큰 문제로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박영길 전 삼성감독은 “내 생전 이런 야구는 처음 본다.너무 어이가 없다.최고 수준의 팀이 맞붙는 만큼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져야 하는데 이건 비정상도 한참 비정상이다.대부분 투수들의 볼끝이 엉망이었고 제구력이 전혀 안된 가장 큰 원인이다”라고 분석했다.
박 전 감독은 또 “한국시리즈에 오를 정도의 투수라면 시속 140㎞대 중반의 직구와 한두가지 변화구 그리고 제구력 등을 갖춰야하는 게 기본인데 그런 투수가 거의 없다.두산의 이혜천과 진필중 정도만 괜찮았다.그만큼 한국프로야구에 투수자원이 메말랐다는 증거다”라며 비정상적인 ‘타고투저’현상의 원인을 설명했다.
반면 이희수 전 한화 감독과 김용희 전 삼성감독은 포수의 능력을 꼬집었다.
먼저 이 전 감독. “투수만의 잘못은 아니다.포수의 연구가 너무 부족했다.투수리드에서 이상한 점이 많이 보였다.투수와 포수의 호흡이 제대로 맞아떨어져야 좋은 승부가 나오는데 포수가 어렵게 리드하다보니 볼카운드가 어렵게 돼 투수까지 위축되고 있다.”
김용희 전 삼성감독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두팀 포수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똑같은 템포로 거의 비슷한 리드를 해 거듭된 등판으로 구위가 떨어진 투수들이 난타를 당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팬들의 반응은 더욱 원색적이다.
동아닷컴 코리안시리즈 홈페이지(http://www.donga.com/sports/baseball/postseason/) 응원게시판에 글을 올린 네티즌 ‘고등학생’은 ‘삼성초등학교:두산 중학교 의 경기’란 제목의 글에서“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 이것이 도대체 어느나라의 최고 프로팀 결승전인가….”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야구사랑’이란 네티즌은 ‘이것은 동네 야구다’란 제목의 글에서 “이건 프로야구도 아니고, 코리안시리즈도 아니다. 괜히 이투수 저투수 마운드에 올리지 말고 피칭머신으로 누가 더 화끈한 공격력 폭발시키는지 보는게 났겠다”라며 양팀의 형편없는 투수력을 조롱했다.
두산과 삼성의 구단 공식홈페이지에도 한국시리즈에 실망한 팬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삼성팬 구현정씨는 “삼성 졌다고 울상짓지 말고, 두산 이겼다고 환호하지 마라.기껏 이정도밖에 못보여 주면서, 한국야구 자체에 실망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가 1,2차전을 보고 서울서 치러진 3,4차전까지 모두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는 열렬한 삼성팬 송재용씨는 “중학교때 동네야구에서도 18:11은 없었다. 리그 우승팀의 A급투수들이 줄줄이 오르는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는데 30분씩 걸리는 경기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남겼다.
두산팬들의 대화창구인 ‘곰들의 대화’에는 두산의 ‘V3’를 확신하는 들뜬 분위기의 글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현실을 한 번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글도 심심찮게 눈에 띤다.
두산팬 권오극씨(ID:코그)는 “두산의 우승을 바라긴 하지만 선동렬, 박찬호 를 비롯한 한국 대형 투수들의 해외진출에 이은 대졸, 고졸 유망주들의 미국 진출로 인한 선수부족으로 한국프로야구 수준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