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서 번역출간 판권료가 국내 출판 사상 처음으로 150만 달러(약 20억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출판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책은 지난 7월 출간되어 9월부터 미국 서점에 배포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에세이 < 나는 어떻게 골프를 치나(How I Play Golf) > 입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 즉시 주요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습니다.
그간 국내 출판계에서는 통상 판권료의 10배가 넘는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한 국내 출판사가 어딘지에 대해서 그동안 무성한 추측이 있었습니다. 모 출판사다 아니다, IT업체라더라 아니다, 스포츠복권 발행회사라더라 등등 소문만 파다했습니다.
사실 확인 결과, 국내 판권 수입자는 스포츠신문 < 스포츠투데이 >와 패션잡지 < 엘르 > 등의 지주회사인 넥스트미디어홀딩스(회장 조희준)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조 회장은 지난 5월말 싱가폴에 있는 IMG 아시아지사장과 직접 만나 판권료 150만 달러에 전격적으로 이 책의 국내 출판권을 따낸 것이죠. 당시에는 국내 모 출판사가 약 10만 달러에 판권료 협상을 진행하던 상태였습니다. IMG측 역시 워낙 파격적인 금액이라 처음에는 놀랐다는 전언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빌 게이츠 <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나 잭 웰치 자서전 < 잭 월치 >(청림출판) 등 '대박'이 예상되는 외국책의 경우에도 판권료가 10만∼15만 달러가 공정가격임을 감안한다면 150만 달러가 얼마나 큰 금액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렵게 확인한 넥스트미디어홀딩스 담당자는 "지난달 말 IMG로부터 계약서가 왔지만 아직 검토중"이라면서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확정된 바 없으며 국내 출판시가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만 말했습니다. 짐작컨데,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할 조 회장이 현재 구치소에 수감중이라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담당자는 판권료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으나, 다른 경로로 취재한 IMG측의 전언은 150만 달러라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출판 매출액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8배가 넘는 일본에서는 쇼오카쿠관 출판사가 우즈의 이 책을 75만 달러에 계약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약 16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우즈 책을 사들인 셈이죠.
판권료는 책 가격의 대략 10%에 상당하는 저작권료를 미리 지급하는 선인세를 말합니다. 판권료로 20억원을 줄 경우 책값을 2만원으로 매기더라도 최소한 100만부 이상을 판매해야 본전을 뽑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골프 인구를 최대으로 잡아 20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출판계에서는 이 책이 20만권 이상 팔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출판업계에서는 "선인세를 터무니없이 올려놓으면 다른 외서를 계약할 때도 가격만 올려놓아 번역출판만 힘들어진다"면서 이 거래에 대해 눈을 흘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넥스트미이더홀딩스도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고 파격적인 판권료로 우즈 책을 붙잡았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아마 우즈의 책을 기회로 세계 최대 스포츠마케팅회사인 IMG와 다른 사업 협력을 도모하거나, 우즈의 책을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느냐"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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