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내와 섹스할 때 다른 여자를 생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도 저처럼 다른 남자를 생각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미칠 지경입니다. 제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습니까?”
최근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한 남자의 목소리에는 자신이 혹시 ‘의처증’에 걸린 정신질환자가 아닐까 하는 절망이 깔려 있었다. 아내가 자신과 섹스하면서 다른 남성을 생각한다는 상상을 하면 죽고 싶다는 게 그 남자의 증상.
하지만 성적 상상에 대해 조금만 심도 있게 논의하면 이런 고민은 곧 해소된다. 카사노바가 사용했다는 수많은 정력제와 최음제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만 단연 최고의 최음제는 ‘상상력’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에로틱한 상상뿐 아니라 심지어 변태적인 상상까지 포함되었다고 한다. 카사노바에게 성적 상상력은 자신의 정력과 정열을 무한대로 뽑아올릴 수 있는 든든한 ‘두레박’ 역할을 한 셈. 성기능 장애가 있는 남성 중 상당수가 섹스 때 에로틱한 환상이 거의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성욕 저하증에도 마찬가지 증상이 나타난다는 연구보고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성적 상상력이란 섹스의 무한한 잠재성을 지니는 보고(寶庫)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옛말에 ‘일도이비’(一盜二卑)라는 말이 있다. 섹스 파트너로 최고인 여자는 ‘도둑질한 여자’이며 그 두 번째는 ‘비천한 여자’라는 말이다. 정상적인 아내를 놓아두고 도둑질한 여자나 마음대로 다뤄도 되는 비천한 여자를 꼽은 것 역시 일탈적인 성행위를 더 자극적인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성적 상상은 각종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활발하게 하므로 시들해진 성관계를 활성화하는 순기능을 가진다. 따라서 아내,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할 때 자극적인 성적 상상을 한다고 해서 그 자체를 죄악시할 수는 없다. 그것은 말 그대로 ‘백일몽’에 불과한 것이며 현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꿈을 굳이 현실에서 이루어내려는 사람이 문제일 뿐이다.
< 이선규/ 유로탑 피부비뇨기과 원장 > www.urot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