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포츠, 어느 선수에게나 천적이 있다. 딱히 천적은 아니더라도 불편한 관계이거나 라이벌은 하나쯤 있을 것이다. 골프도 예외는 아니다.
최상호(왼쪽)와 박연태(오른쪽)는 불혹을 넘어 50이 멀지 않은 프로선수들. 최상호는 국내 최다 우승 보유자(42승)지만 박연태는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둘이 LG그룹 계열사인 반도스포츠 소속으로 함께 뛰던 시절의 일이다. 두 선수의 계약금은 그리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수입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한창 전성기를 달린 최상호는 한 시즌에 4승까지 올리곤 했다. 그러다 보니 우승상금과 보너스 등 1억 원 이상을 가져갔다. 그러나 박연태는 겨우 1000만 원 내외의 수입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박연태가 최상호와 함께 라운딩하는 꿈을 꿨다. 해저드가 있는 홀에 이르러 박연태는 최상호를 슬쩍 밀어 물에 빠뜨렸다. 아무리 꿈이었다지만 얼마나 미웠으면 이런 짓을 했을까. 현재 강남 한 연습장의 헤드프로로 있는 박연태는 “비록 현실은 아니지만 최상호에게 너무 미안했다. ‘꿈은 현실의 거울’이라는 말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한다.
박연태의 두 아들 역시 골퍼다. 하나는 프로, 다른 하나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컸다. 박연태는 두 아들에게 틈나는 대로 “최상호처럼 연습을 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얄미운 라이벌’이지만 그 장점만큼은 솔직히 인정할 줄 아는 자세. 진정한 프로는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