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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오페라의 유령’에 홀리나…100억 투입 초대형 뮤지컬

입력 | 2001-10-26 17:32:00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 무대 뒤에 유령이 자꾸 나타난다는 소문 때문에 단원들은 불안에 떨었다. 새 오페라 연습 도중 또다시 유령이 나타나 주역 여가수가 출연을 거부하고 덕분에 발레리나인 크리스틴이 대역으로 발탁된다. 크리스틴은 얼마 전부터 의문의 신사에게 성악 레슨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틴이 라울이라는 젊은이와 사랑에 빠지자 신사는 서서히 마각을 드러낸다. 그는 바로 무대 곳곳에 나타났던 유령으로 크리스틴을 남몰래 사랑하고 있었다. 급기야 크리스틴을 납치해 지하 미궁으로 끌고 가는 유령. 뒤를 쫓은 라울의 생명마저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 크리스틴은 유령의 감추어진 순수함을 발견하고, 크리스틴의 사랑에 감동한 유령은 두 사람의 행복을 빌며 사라져버린다. 항상 쓰고 다닌 흰 가면만 남겨놓은 채.

▼로이드 웨버 작곡 6천만 명 관람▼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가 쓴 소설 ‘오페라의 유령’ 줄거리다. 1910년에 출판된 이 작품은 지금껏 여러 편의 영화와 뮤지컬로 제작되어 왔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오페라의 유령’의 최고봉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뮤지컬이다.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10월 런던 웨스트엔드의 여왕폐하 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무려 15년 동안 공연을 계속해 왔다. 지금껏 ‘오페라의 유령’을 본 관객 수는 6000만 명에 이른다.

이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을 찾아온다. 공연제작사인 ‘제미로’가 12월2일부터 7개월간 LG아트센터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한다. 런던의 오리지널 공연을 제작한 RUG와 제미로가 공동 제작하는 형식이다. 캐스팅은 전원 한국인이지만 RUC측이 기획, 연출, 무대장치와 의상 등을 총괄해 런던 공연과 똑같은 무대를 만든다.

‘오페라의 유령’은 제작 시작 단계부터 적잖은 화제를 뿌렸다. 무엇보다 1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화제의 초점이 되었다. 100억 원은 지금까지 제작된 어떤 뮤지컬이나 영화보다도 많은 금액.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 ‘무사’의 제작비가 70억 원이었다.

제미로측은 총 240회 공연 중 객석의 60%가 팔리면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뮤지컬 관객을 30만 명으로 잡았을 때, 절반인 15만 명이 이 뮤지컬을 보러 온다면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총 제작비 중 제미로가 60%를, 그리고 투자사인 코리아픽쳐스가 40%를 투자했다.

코리아픽쳐스의 임영근 팀장은 “60% 정도의 객석점유율은 자신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극장 흥행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긴 영화는 ‘타이타닉’입니다. 이 영화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돈이 1조7000억 원이지요. 그런데 ‘오페라의 유령’이 번 돈은 3조9000억 원입니다. 음반, 공연, 영화를 통틀어 이 정도 수익을 낸 엔터테인먼트는 없습니다. 15만 명은 물론 그 이상의 흥행을 자신합니다. 만약 전 공연이 매진되면 순익만 100억 이상 남게 되지요.”

사실 이 같은 자신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지금까지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된 국가는 영국을 포함해 13개국이다. 이 국가들이 기록한 객석점유율은 평균 95%. 13개국의 평균치 정도만 관객이 들어도 100억 원에 가까운 순익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 한국 공연의 음악감독 가이 심슨씨는 “지금껏 여러 나라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해 왔지만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은 단 한 번도 못 봤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러브스토리, 감동적 드라마, 화려한 쇼, 성악적인 기교 등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음악의 아름다움, 추리소설 같은 줄거리 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지요.”

그러나 아무래도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음악에 있을 것이다. 뮤지컬의 황제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작품 중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은 단연 최고의 음악성을 자랑한다. ‘나를 생각해 줘요’(Think of me) ‘그대에게 바라는 바’(All I ask of you)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등 귀에 익은 뮤지컬 넘버가 한둘이 아니다. 로이드 웨버 특유의 감미롭고 우아한 멜로디, 그리고 극의 전개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음악의 흐름은 이 작품이 지닌 최대 강점이다.

▼“뮤지컬 모든 요소 구비한 작품”▼

문학작품으로서도 ‘오페라의 유령’은 매력적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번역한 최인자씨는 “지하세계에 사는 추악한 천재라는 주인공의 설정부터가 신비롭다”고 작품의 특징을 설명했다.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결합된 데다 ‘미녀와 야수’ ‘드라큘라’ 등에서 볼 수 있는 미녀와 흉측한 주인공의 사랑이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는 것. 현재 저작권이 소멸된 상태인 ‘오페라의 유령’은 이번 가을에 3곳의 출판사가 나란히 번역 출간했다.

“100억 원의 투자가 과도하다는 우려도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 RUG의 기획과 제작, 마케팅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뮤지컬 강국인 영국의 제작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지요.” 제미로 관계자의 설명처럼 현재 RUG 관계자들은 한국에 머물며 연습은 물론 마케팅 지침까지 감독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의 향수 인구가 30만인데 비해 이웃 일본의 뮤지컬 인구는 500만에 이른다. 르네상스를 맞은 한국영화처럼 ‘오페라의 유령’을 기폭제로 해 뮤지컬이 대중화의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 전원경 주간동아 기자 > winn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