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의 부정'/M 스캇 펙 지음 민윤기 옮김/372쪽 9900원 김영사
“여러분의 죽음은 지금 이 순간엔 저 멀리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요. 그러나 이 과목을 지금 여러분에게 가르치는 이유는 사려 깊은 사람들은 그들이 사춘기일 때 그들이 죽을 수밖에 없음에 대해 생각하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음’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공립학교 전체에 죽음과 죽어가는 것에 대한 강의가 필수과목으로 개설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이 강의의 처음을 이런 말로 시작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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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이 책은 안락사에 관한 논란을 통해 사람들이 죽음과 삶의 문제에 대해 진지해지기를 기대한다. 부제는 ‘혼돈에 빠진 안락사, 그 참된 의미에 관하여’.
저자는 안락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끝으로 마치 안락사와 관련된 모든 도덕적 사회적 문제가 해결된 듯이 관심을 덮어버리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한다. 그가 무엇보다도 걱정하는 것은 영혼을 부정하는 세속주의의 만연이다.
“영혼의 의미에 대한 이론들을 말하지 않고 어떻게 인간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르칠 수 있으며, 하느님에 관한 이론 없이 어떻게 영혼에 대해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저자는 서구의 기독교적 입장에 선 의학자의 무거운 고민을 잘 보여준다.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