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철의 20세기 건축산책/김석철 지음/246쪽 9800원 생각의 나무
뉴욕 맨해턴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깔대기 모양의 아이스크림콘처럼 생겼다. 관람객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윗층으로 올라간 뒤 나선형의 내부 복도를 타고 내려오면서 벽면에 전시된 그림을 보게 된다. 명성에 걸맞는 세련된 디자인과 관람객의 편의를 조화시킨 구겐하임 미술관은 20세기 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는 가장 많은 건축가들로부터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지목받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그는 과거의 세기와는 다른 ‘20세기적’ 건축을 확립했으며 동양 문명과 미국 문명을 접목해 자연과 교감하는 유기적 건축을 창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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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40대에 친구 부인과의 스캔들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며 20년간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는 불행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서 낙수장(카우프만 하우스)과 구겐하임 미술관 등을 만들었다.
이 책은 이처럼 20세기를 빛낸 12명의 건축가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세기초 도시 개발과 맞물려 지어진 현대 건축물부터 20세기말 포스트모던한 건축물을 지은 20세기 건축가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준다.
12명에 선정된 건축가는 라이트를 비롯해 현대 건축의 선구자 오토 바그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엘궁전’ 등을 만든 안토니오 가우디, 20세기 디자인을 주도한 바우하우스의 창설자이기도 한 발터 그로피우스, 찰스 레니 매킨토시,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알바 알토, 루이스 칸, 루이스 바라간, 필립 존슨 그리고 국내 현대건축의 선구자 김중업 등이다.
저자는 이들의 생애와 주요 작품, 건축관을 210컷의 풍부한 사진을 곁들여 소개했으며 작가 연보도 실었다. 특히 12명의 핵심적인 어록을 앞머리에 간단히 요약하고 주요 작품에 대해 각주를 집어넣는 등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만들었다. 건축을 거의 모르는 비전공자도 술술 읽힐 수 있도록 건축가 중심의 에피소드와 저자 개인의 느낌을 위주로 된 평전 격의 개론서.
‘세계건축기행’에 이어 4년만에 국내 건축관련 교양서를 선보인 저자는 “21세기를 맞아 20세기에 선언된 건축 이념을 다시 돌아보기 위해 책을 만들었다”며 “21세기 건축은 ‘자연과 공생하는 건물’이 주요 모티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