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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세상을 보려거든 광고를 보라"

입력 | 2001-10-26 18:50:00


◇ '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제임스 트위첼 지음/342쪽 1만2000원 청년사

얼마 전에 있었던 서울대의 심층면접에 여성이 남자의 엉덩이를 때리는 광고도 성희롱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우리사회의 다양한 현실과 문화 현상을 읽는 잣대로 광고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광고는 기업의 필요에 의해 행해지는 마케팅 활동의 하나로 늘 그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논의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대중문화의 첨병으로, 10대들은 광고로 인사하고, 광고로 대화를 나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차용해 광고를 만들던 세상에서 이제 다른 대중문화의 주된 패러디 대상이 광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내 상황에 비추어 이 책은 광고가 지니는 문화적 가치를 새삼 깨달게 해준다. 부제처럼 세계를 뒤흔들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미국에서 주목 받은 대표적인 광고 20편을 통해 광고가 일반 대중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다.

이미 광고사에서 고전이 된 애플 컴퓨터, 앱솔루트 보드카, 나이키, 해더웨이 셔츠, 말보로 담배, 폭스바겐 자동차 등 우리에게 익숙한 광고들과 우리가 미처 몰랐던 브랜드, 그리고 그 광고에 숨겨졌던 많은 이야기들이 시간의 벽을 훌쩍 넘어 생생하게 우리들에게 와 닿는다.

사실 20년 넘게 광고를 만들어오면서, 나 역시 광고가 하나의 예술적 창작물로 두고두고 평가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20편의 광고를 하나하나 볼 때마다 한 편의 광고야말로 그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인간사를 둘러싼 삶, 그 자체를 반영하는 잘 닦인 거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광고는 미래에 낡은 일기장이나 쓰러진 묘비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라는 전설적인 광고인 코킨스의 말이 큰 설득력을 지닌다. 아울러 “광고는 욕망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반영할 뿐이다”는 저자의 말에 높이 손을 들어주고 싶다.

광고인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에서 광고만 나오면 리모콘부터 찾는 안티-광고인들도 한번쯤 읽어 볼만하다. 광고의 문화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 인문학적 연구 대상물로 바라보는 저자의 혜안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김철호 옮김. 원제‘Twenty Ads That Shook The World’(2000).

조성룡(금강기획 제작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