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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이정현 "3집 컨셉은 '귀여운 마법사'"

입력 | 2001-10-29 18:33:00


《가수 이정현의 아이디어는 분수처럼 샘솟는다. 매 음반마다 독특한 컨셉트로 팬들을 매료시킨다. 소속사측은 “아이디어가 워낙 앞서가는 통에 따라가기도 숨차다”며 “매번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과 제작비를 두고 설전을 벌여야 한다”고 엄살을 떤다.》

25일 KBS 2 ‘뮤직뱅크’.

이곳에서 펼쳐진 이정현의 복귀 무대는 300명의 세션이 연주하는 현악과 그의 파격적인 의상과 댄스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형 무대여서 녹화만 네차례 했다.

이 무대는 이정현(21)이 최근 발표한 새음반 ‘매직 투 고 투 더 마이 스타’의 타이틀곡 ‘미쳐’를 선보이기 위한 것. 이정현은 “1, 2집때의 아기자기함을 벗어나 오페라처럼 웅장한 느낌을 주는 일련의 장치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새 음반의 컨셉트나 무대에 대해 그는 “남의 의견이 잘 들리지 않는다”며 입을 고집스럽게 다물었다. 그는 어릴 때 몰래 예능학원을 다니다 부모에게 여러 차례 혼쭐나기도 했다.

새음반은 전반적으로 월트 디즈니의 만화 영화를 연상시킨다. ‘말레미야 셀라토 베르나코’라고 뜻없는 주술과 함께 시작된다.

그동안 테크노 여전사(1집)과 이집트 여신(2집)로 음악과 시각 이미지를 동시에 연출해온 그는 이번에 ‘마법사’를 간판으로 내세웠다. 그는 “노래의 감동을 ‘파격적으로’ 전달하려면 팬들의 귀와 눈을 동시에 ‘자극’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타이틀곡 ‘미쳐’는 마법사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소속사가 힙합의 강렬함과 현의 애절함이 가미된 이 노래가 새음반의 바람몰이에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수록곡 ‘수리수리 마수리’가 마법의 이미지에 더욱 어울린다고.

‘미쳐’에서 보여주는 이정현의 두얼굴이 매력적이다. 검은 턱시도와 영국 신사풍의 모자를 입은 마네킹의 포즈로 시작하다가 리듬이 빨라지면 의상과 안무가 역동적으로 바뀐다.

‘미쳐’는 변심한 남자 때문에 미치겠다며 다시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가버린 사랑을 돌아보지 않는 요즘 풍속도와 다르지만 그는 “진정한 사랑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혹시 사귀는 사람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기자앞이라고 제대로 대답하지 않겠지만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수록곡 ‘노 모어 테러’의 아이디어(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삽입 등)는 9월 11일 뉴욕 테러 참사가 일어나던 날 밤, TV를 보다가 주체할 수 없이 떠올랐다. 새벽 무렵 그는 작곡가 윤일상에게 전화해 “테러 관련 노래하나 만들어 달라”고 말하곤 밤을 새웠다. 그는 “가수는 사회적 문제를 냉정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노래도 불러야 한다”고.

사진 촬영중 그의 젓가락처럼 가느다란 다리가 몸을 지탱하는데 위험해보였다. 체중도 39Kg. 그는 “쓰러지면 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아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