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업계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테러 여파로 세계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국내 경제도 회복이 6개월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신용카드 업계는 불황을 모르고 있다.
삼성 LG 등 7개 카드회사의 상반기 카드이용금액은 199조279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3조3260억원)에 비해 113.5%나 늘어났다. 올해 연간으로는 4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작년 연간 사용금액(236조원)보다 170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것.
이들이 상반기 중에 올린 당기순이익은 1조178억원으로 같은 기간 91.8%나 증가했다. 카드 발급수는 6월말 현재 6387만장으로 작년 6월말보다 43% 늘어났다. 15세 이상 한사람당 3.04장이나 갖고 있는 셈. 신용카드 시장이 포화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부터 이용금액 증가율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현대캐피탈이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현대카드로 이름을 바꿔 달고 공격적 영업을 준비 중이고 SK텔레콤은 삼성·LG·외환카드와 하나·한미은행 등 5개 카드회사와 제휴를 맺고 모네타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데도 카드업 진출이 느는 것은 시장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 대신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민간소비 290조원 중 신용카드로 결제된 것은 25%에 불과한 72조원에 머무르고 있어 신용카드 시장의 성장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사용금액은 1272억달러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10배나 큰 일본의 1143억달러보다도 129억달러나 더 많은 것. 호주(504억달러) 대만(239억달러) 홍콩(183억달러)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78년 9월 신용카드가 처음으로 선보인 지 23년만에 세계 상위권에 오른 것. 98년까지만 해도 연간 사용금액이 64조원에 머물던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성장세다.
신용카드 업계가 이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정부의 신용카드 장려정책에 힘입은 것. 정부는 신용카드를 쓰면 소득세를 깎아준다. 연봉의 10%를 초과한 신용카드 이용금액의 20%까지 최대 300만원까지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소득공제)해준다. 또 매월 추첨을 해서 1등에게는 1억원의 복금도 준다. 신용카드 이용대금이 급증한 것이 이런 장려책이 나온 작년부터라는 것은 정책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신용카드 회사의 서비스 경쟁도 큰 요인 중 하나다. 놀이공원에 무료로 입장하거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을 때 요금을 깎아주고 포인트를 주는 등 부가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 교통카드처럼 신용카드 기술의 발달로 동전을 쓰지 않고도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신용카드 이용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다만 신용카드가 외형성장을 하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다. 이용금액의 절반 이상이 현금서비스라는 점이 하나의 예. 은행 대출문이 높아 돈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대출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이다. 6월말 현재 연체율은 5.3%로 작년말(5.2%)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하반기들어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가계 대출과 현금서비스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여서 연체율은 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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