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혹은 ‘손품’을 파는 만큼 싸고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생활의 지혜’는 자동차보험을 고르는 데도 유효하다.
불과 석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 12개 손해보험사(교보자동차보험 포함)가 파는 자동차보험 상품은 사실상 똑같았다.
그러나 8월부터 자동차보험료가 자유화되면서 시장은 놀랄 정도로 변해가고 있다. 각 손보사들은 자신만의 타깃 고객층을 정하고 이 고객들에게 집중해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료는 더욱 차별화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특약까지 쏟아져 어떤 보험을 들어야 하는지 헷갈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보험료 자유화 이후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보험을 어떻게 골라야할까. 몇몇 전문가들을 통해 그 방법을 알아봤다.
▽보험료 비교가 우선〓보험관련 인터넷 사이트인 팍스인슈는 22일 고객 1447명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각 손보사에서 제시하는 최고 보험료와 최저 보험료의 차이는 무려 9만8251원이나 됐다. 보험료 자유화 이전에는 회사별로 평균 4856원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자유화로 사별 보험료 차이가 20배나 커진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8일 교보자동차보험이 업계 평균보다 15%가 싼 자동차보험 상품을 내놓은 이래 더욱 빨라지고 있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각 손해보험사의 보험료를 비교해보는 게 좋다. 요즘 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험료 비교자료(표 참조)를 제공하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많은 보험사들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보험료 산정기준을 그대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 자주 기준이 변경돼 정확한 정보를 알려면 손보사마다 물어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보험 관련 사이트인 인슈넷 박용호 팀장은 “보험 모집인들은 보험료에 차이가 별로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거짓말”이라며 “전자제품을 싸게 사려면 용산전자상가에서 발품을 팔아야 하듯 보험은 노력하는 만큼 싸게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중개인·독립 대리점 활용하기〓 전문가들은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함께 파는 독립 대리점이나 보험중개인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자동차보험을 비교하는 인터넷 사이트들도 대부분 독립대리점이나 보험중개인이 영업하는 곳이 많다.
이들은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해주기 때문에 비교 분석이 상대적으로 쉽다. 또 가입자를 대신해 보험사와 가격 및 보상범위도 협상해주기도 한다.
9월말 현재 전국 손해보험 중개인은 93명(법인 포함)이고 독립대리점은 1000개가 넘는다. 한국보험중개인협회(http://www.ikiba.or.kr)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해당 지역의 전화번호 주소 등을 확인해 문의할 수 있고 야후 등 주요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독립 대리점 등을 검색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독립대리점이라도 12개 손보사들과 모두 계약을 하고 영업을 하지는 않는 만큼 어느 손보사들과 계약하는지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약 등 활용하기〓같은 회사라도 특약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보험료를 10%가량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보험사는 형제를 가족운전자에 포함시키는 데 다른 보험사는 그렇지 않다. 여성운전자에게 우대할인을 해주는 보험사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보험사들도 있는 만큼 보험사마다 특약이 다르다.
또 틈새 수요를 찾아 점점 많은 특약들이 개발되는 만큼 꼼꼼히 비교 활용하면 보험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천했다.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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