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오페라 'JSA'로 제작돼 이탈리아에서 공연된다는 소식이 문화계의 화제다. 대본 작곡 출연을 모두 이탈리아인이 맡는 이 오페라는 테너 주세페 자코미니, 니콜라이 마르티누치,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 등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이 오페라의 원작인 소설 'D.M.Z'의 작가 박상연씨가 오페라 'JSA'에 대한 기대를 보내왔다.》
참 질긴 놈이다, 싶어서 너털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번엔 또 오페라라니, 내 소설 ‘D.M.Z’가 세상에 나온 것은 1996년, 세계의 문학 겨울호를 통해서였다. 그 이듬해, 민음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JSA 김훈 중위 사건으로 언론에 다시 한번 오르내렸고, 그 다음엔 영화 제작이었다.
아다시피 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나는 ‘소설가 박상연’이라는 말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원작자’라는 말로 더 많이 소개되었다. 또 히트한 영화의 수혜로 ‘문예춘추’ 출판사를 통해 일본어 번역판으로도 나왔다.
그리고 소설 ‘D.M.Z’의 오페라 제작 작업이 서울과 이탈리아에서 진행중이다. ‘D.M.Z’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나에겐 조금 부담스럽지만, 다른 매체의 관심은 기쁜 일임에 틀림없다.
제작자는 이번 오페라를 원작소설의 내용에 충실하게 구성하겠다는 제작 의도를 밝혔고, 이번 오페라에서는 영화에서 다루어지지 못해 원작자로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새롭게 극화되어 담겨지게 된다. 원작자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속에서는 한국 전쟁 중의 거제도 포로수용소 이야기나, 베르사미의 아버지 ‘이연우’를 중심으로 한 가족사가 생략되면서 ‘증오의 조건반사’와 ‘반복되는 비극’이라는 원작의 주제가 수정될 수 밖에 없었고, 이 이야기를 통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가장 구체적인 주제를 포기했어야 했다.
오페라가 다 만들어진 후에야 알겠지만, 첫발을 떼는 지금 기대가 크다. 한반도를 가르고, 또한 우리의 삶과 죽을 가르고 있는 D.M.Z의 존재, 그리고 그 상징이 훌륭하게 구현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년 봄,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라는 또다른 매체를 통해 자랑스럽게 세계무대에 데뷔해주길 바란다.
통일 이전이라면 분단은 여전히 유효한 화두다. 이 땅에 살고 있다면 관심이 있든 없든, 잊고 살든 아니든,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머지 않은 곳에 155마일에 이르는 철책이 있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우리 마음 속의 철책, 무형의 ‘D.M.Z’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