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부터 공연하는 연극 ‘차.이.다.’의 연출자 주종휘(41)는 연극계보다 영화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80학번인 그는 89년부터 비디오와 영화 홍보를 담당해 영화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영화계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도 나돈다. 또 150여편의 CF에 출연한 덕분에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낯익은, CF와 영화의 소문난 단역 배우이기도 하다.
현재 영화 수입 홍보사 ‘날개달린 영화’와 극단 ‘떼아뜨르 노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상업 연극을 연출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대학 입학때부터 가진 연출의 꿈을 21년만에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물 좋다’는 영화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주머니돈을 써 가며 연극계를 기웃거리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극단 대표를 맡으면서 까먹은 돈이 벌써 5000여만원이 넘는다.
그는 “영화로 먹고 살았지만 연극을 잊어본 적이 없다”면서 “영화가 아무리 상업적으로 성공한다고 해도 연기와 연출의 출발점은 연극”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서 공연되는 ‘차.이.다.’는 1997년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 희곡상’ 수상작으로 1999년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원제는 ‘클로저(Closer)’. 끊임없이 사랑을 추구하나 끝내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하는 현대인의 황량함을 그렸다.
30대 중반의 부음 기고가인 댄은 우연한 교통사고로 만난 스트리퍼 앨리스와 사랑에 빠진다. 그것도 잠시. 앨리스와 사귀던 댄은 다시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는 여성 사진작가 애나에게 끌린다. ‘미친 키스’의 이남희와 ‘사천의 착한 사람’의 이항나가 각각 댄과 앨리스 역을 맡았다. 이밖에 박상종 우현주가 출연한다.
주종휘는 “작품 제목은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을 위해 서로 상대방을 차고, 차이는 과정에서 따온 것”이라며 “작품의 스토리나 분위기가 내가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와 닮아 연출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영화나 연극에서 단역이자 조역이야말로 자신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연극은 연기력이 탁월한 배우들의 것입니다. 연출자가 많이 개입하는 작품이었다면 아예 연출을 맡지도 않았을 겁니다. 앞으로 ‘날개달린 영화’가 ‘시네마 포트’로 이름을 바꿔 영화도 제작하겠지만 나는 영화를 빛내는 영원한 조역으로 남을 겁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배우’라는 자리는 내놓을 수 없습니다.(그는 음식 CF만 70여편을 찍었다)”
공연은 2002년 1월6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토 오후4시반 7시반, 일 오후3시 6시 서울 동숭동 바탕골 소극장. 1만5000원. 02-764-8761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