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클레멘스
세계 최고의 거대도시 미국 뉴욕 브롱스에 위치한 양키스타디움.
개장 첫해인 1923년 뉴욕 양키스가 첫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이후 26차례나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며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으로 발돋움 한 곳.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 디마지오….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수많은 스타들이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녹색 다이아몬드를 수놓았던 메이저리그의 ‘상징’.
뉴욕 양키스가 ‘안방’ 양키스타디움에서 힘겹게 월드시리즈 첫승을 신고했다.
양키스는 31일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로저 클레멘스-마리아노 리베라의 최강 계투조를 앞세워 2:1로 신승,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기록했다.
클레멘스는 7이닝 동안 삼진 9개를 빼앗아 내며 3안타 1실점으로 애리조나 타선을 틀어막아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올 포스트시즌 4번째 등판만의 첫승으로 월드시리즈 통산 3승째.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리베라도 8회 일찌감치 등판해 첫 타자를 투수앞 땅볼로 처리한 후 9회 투아웃까지 4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등 완벽한 투구로 1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리베라는 포스트시즌 23연속 세이브 행진을 이어갔다.
1,2차전에서 각각 3안타에 묶였던 타선도 7안타를 치며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 호르헤 포사다는 2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월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고 노장 스캇 브로시우스는 7회 2사후 귀중한 결승타점을 올렸다.
동양인 최초 월드시리즈 등판이 기대됐던 애리조나의 마무리투수 김병현은 이날도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다.
1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질 4차전은 애리조나 커트 실링과 양키스 올랜도 에르난데스의 선발 맞대결로 펼쳐진다.
▼관련기사▼
- 부시 美대통령 3차전 시구
2연패의 충격에 빠졌던 양키스는 스탠드를 가득메운 5만7천여 관중의 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선취점을 뽑으며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낙승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날 경기가 양팀 선발투수의 비중차와는 달리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기 때문.
사이영상 5회수상에 빛나는 양키스의 20승 투수 로저 클레멘스가 7회까지 9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3안타 3볼넷 1실점으로 제몫을 다 한것은 충분히 예견 됐던 일.
하지만 애리조나의 4승(9패)투수 브라이언 앤더슨의 호투는 밥 브렌리 감독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빼어났다.1903년 월드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4승 이하의 투수가운데 6번째로 월드시리즈 선발의 영광을 안은 앤더슨이 5회까지 4안타 1실점으로 클레멘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 비록 6회 안타와 볼넷으로 1사 1-2루 상황을 자초하고 마운드를 내려와 구원투수의 1실점이 자책점으로 추가 됐지만 앤더슨은 호투는 인상적이었다.
2연패의 충격에 빠진 양키스는 2회 호르헤 포사다의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얻었다.
선두타자로 나온 포사다는 2-3풀 카운트에서 앤더슨의 7구째를 잡아당겨 왼쪽담장을 넘겼다.
앤더슨에게 눌려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양키스는 6회 양키스다운 집중력을 과시하며 앤더슨을 마운드에서 쫓아낸 후에야 승기를 잡았다. 선두타자 윌리엄스는 내야안타로 출루. 1사후 포사다는 볼넷을 골라 반격기회를 잡았다. 애리조나 밥 브렌리 감독은 앤더슨이 한계에 왔다고 판단, 마이크 모건으로 교체했다. 양키스는 기다렸다는 듯 셰인 스펜서를 빼고 좌타석의 데이비드 저스티스를 대타로 기용했다. 하지만 저스티스는 삼진으로 물러나며 기회가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스캇 브로셔스는 모건으로부터 기어코 좌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2:1 리드를 잡았다.
반면 애리조나는 섭씨 4~5도에 불과한 뉴욕의 쌀쌀한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고 3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봇물터지듯 터지던 타선도 3안타로 침묵했다.
애리조나는 0:1로 끌려가던 4회초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스티브 핀리의 볼넷, 후속 루이스 곤잘레스의 좌전안타, 1사 후 5번타자 에루비엘 듀라조의 볼넷으로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은 애리조나는 6번타자 매트 윌리엄스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3루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