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베강 협곡
《일본 열도 중심에 있는 가장 큰 섬 혼슈. 그곳의 중앙부는 동해에 면한 후쿠이 이시카와 도야마 등 3개 현. 신선한 해물과 중부산악의 멋진 풍광, 그리고 유서 깊은 온천마을로 일본인에게 여행지로 사랑받는 곳. 예가 바로 호쿠리쿠(北陸)지방이다. 호쿠리쿠의 이시카와현과 알펜루트 구로베협곡으로 유명한 도야마현으로 안내한다.》
인천발 아시아나항공이 도야마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이륙후 2시간만. 가장 먼저 찾은 곳은 70㎞ 서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언덕위에 있는 ‘겐로쿠엔(兼六園)’이었다.
420여년 전 이곳의 성주인 마에다가 성 외곽에 조성한 이 인공정원은 현재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 300여년간 이 가문의 관리로 거대한 소나무들이 분재처럼 아름답기만하다. 조경미 뛰어난 연못과 수로, 다리가 오밀조밀 들어선 정원은 워낙 잘 꾸며진 탓에 인공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겐로쿠엔을 찾았다면 이 두 가지만은 꼭 맛보자. 정원 내 200년된 고옥에서 마시는 말차(抹茶)와 정원 외곽에 있는 전통식당에서 맛보는 가나자와 특미정식 ‘기쿠자쿠라(菊櫻)’.
윤봉길의사 순국기념비
윤봉길(尹奉吉·1908∼1932년)의사의 순국기념비를 가나자와시에서 본 것도 특별했다. 윤의사를 체포한 상하이주둔 일본군이 본영인 가나자와로 압송, 사형집행 후 야산의 길가에 암장해 13년간 일본인의 발에 짓밟히게 하는 치욕을 주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윤 의사 유해는 독립 후 귀환했지만 암장 현장(시내 묘지의 전몰자묘원 옆)은 근방의 ‘윤봉길의사 순국기념비’와 함께 무궁화 울타리 안에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일본의 옛 모습을 보고 싶다면 ‘가가 하구만고쿠 지다이무라(時代村)’로 가자. 전국시대 말기∼에도시대 초기의 거리와 집을 재현하고 거기서 당시 복장의 사람들이 연극을 통해 시대상을 보여주는 테마파크. 로프를 타고 연못 위 공중을 날며 벌이는 닌자액션과 신출귀몰한 검술과 격투기가 뒤섞인 닌자극장이 인기다. 극장은 자동 한글설명기가 제공되고 있다.
도짐보
바다 관광지라면 절색의 주상절리 해안 도짐보(東尋坊)가 간판격. 너무 아름다워 자살유혹을 느낄 정도인데 그 앞에 설치한 ‘구원의 전화’가 그것을 증명한다. 뛰어내리기 전 마지막으로 집에 전화를 걸라는 글이 붙어 있다. 산악이라면 도야마현의 ‘알펜루트’와 구로베협곡 열차여행만한 것이 없다.
알펜루트는 험준한 산(다테야마·해발 3015m)을 로프웨이(케이블로 끌어 올리는 열차)버스 트롤리버스(전기운행버스) 케이블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넘어가며 주부산악국립공원의 멋진 산경을 감상하는 산악여행. 4, 5월 알펜루트의 최정상에 가면 20m높이의 거대한 설벽 사이로 버스를 타고 달리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구로베협곡 열차여행은 구로베댐 하류의 좁고 깊은 협곡을 댐공사 당시 자재운반용 철도로 이용된 협궤 꼬마열차로 여행하는 것. 하단의 우나즈키(宇奈月)온천역에서 종착역까지는 1시간25분 소요. 열차 밖으로 시종일관 펼쳐지는 협곡 풍치가 장관이다. 도중 가네쓰리(鐘釣)역 앞 계곡에 가면 연중 녹지 않는 만년설, 강변의 돌로 쌓은 자연욕조 안에 따뜻한 온천수가 고인 노천온천도 경험할 수 있다.
◆ 여행 포인트:노천탕, 여성 두명의 비누칠 서비스
산악이 발달한 호쿠리쿠에서 온천은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 1300년 역사의 온천고도 이시카와현에는 ‘온천향’이라 불리는 온천이 다섯 개 있다. 그 중 이시카와현 산중 계곡의 야마시로(山代)와 야마나카(山中)는 일본 전통 여관 분위기의 호텔이 있는 운치 있는 온천. 히노키탕이라 불리는 소나무욕조의 노천탕과 최고급 음식과 여관아줌마의 알뜰한 서비스가 특징.
야마시로온천의 루잔가쿠 여관은 자체 브랜드의 청주와 와인까지 갖추고 ‘요리의 철인’이라는 인기 TV프로에서 입상한 조리사팀을 초빙, 투숙객에게 식도락의 즐거움까지 안겨준다. 1박2식에 3만엔(약 32만원)으로 최고급 수준. 야마나카온천의 야마노유 여관은 일본의 온천문화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 남탕에서 원피스 수영복에 짧은 가운만 걸친 30대 여성 두 명이 비누칠 서비스를 해주는 데 양편 모두 거리낌없이 서비스를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사진). 물론 무료. 같은 서비스가 여탕에는 없다.
◆ 여행 정보
△항공〓아시아나/인천→도야마 주 4회 운항(출발/금토 오전9시50분, 월화 오후5시). 예약 1588-8000 www.flyasiana.com △호쿠리쿠 온천패키지(3박4일형)〓17, 24일 출발. 84만9000원. 알펜루트 및 구로베협곡 관광, 루잔가쿠와 야마노유 로칸호텔(각 1박2식)에서 온천체험. 세계일주일본여행 02-7360-250 △알펜루트〓동아닷컴(www.donga.com)의 ‘기사상세검색’에서 ‘알펜루트’를 치면 상세한 현장취재 여행기사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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