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3차전이 열린 뉴욕 양키 스타디움. 뉴욕 양키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에 앞서 뉴욕 소방대원 재킷을 입은 사람이 공을 들고 마운드에 올랐다.
입을 굳게 다문 그가 힘있게 뿌린 공은 양키스의 포수 토드 그린의 미트 안에 일직선으로 빨려 들어갔다. 홈 플레이트의 바깥쪽에 정확히 걸친 스트라이크였다.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를 외치며 열띤 환호를 보냈다. 공을 던진 사람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시구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위축된 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마련된 행사. 경기장 전광판 부근엔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현장에서 수거된 찢어진 성조기가 내걸렸다. 경기장엔 사상 최초로 금속탐지기가 설치되고 1500명의 경찰과 경호요원이 배치돼 삼엄한 경호를 폈다.
대통령의 월드시리즈 시구는 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45년 만의 일이며 관람 자체도 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야구단 구단주 출신인 부시 대통령은 그의 팀이 월드 시리즈에서 양키스에 2번이나 분패하는 바람에 개인적으론 양키스를 몹시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에도 월드시리즈를 화제로 삼아 “양키스만 아니면 누가 우승해도 상관없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의 시구는 같은 시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NBA복귀 경기가 진행되는 바람에 TV 시청자들의 눈길을 독점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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