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21' 긴급회동
당정쇄신과 후보 조기가시화 논의에서 출발한 민주당의 내홍(內訌)이 권력투쟁으로 변질돼가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 개혁 의원들의 모임인 ‘새벽 21’이 31일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계은퇴를 촉구한 데 이어 당 지도부 동반퇴진까지 공식 제기한 이후 친(親) 동교동계와 반(反) 동교동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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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재·보선 참패로 촉발된 이번 쇄신파동은 지난해 연말과 올 5월 두 차례의 정풍(整風)파동과는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쇄신파들의 요구사항이 분명한데다 그 강도도 훨씬 높다. 또 각양각색의 목소리를 내던 쇄신파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과거엔 논란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던 대선 예비주자들이 논란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권력투쟁적 요소가 훨씬 짙어진 점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쇄신파동은 출발점부터가 내년 대선후보 경선과 직결된 권력투쟁적 성격의 논의였다”고 말했다. 후보 조기가시화나 당정쇄신 논의의 배후에 깔린 논리가 모두 특정후보 진영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양상은 재·보선 패배와 함께 여권 내에서 권력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과도 맥을 같이 한다. 때문에 반 동교동계의 공세나 동교동계 구파의 반격도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다.
특히 반 동교동계는 “이번만큼은 끝장을 보겠다”는 결의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동교동계 구파도 노골적으로 “당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떠나라”며 전의(戰意)를 감추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권 내에서 양측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구심체가 없다는 점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의 ‘원격 통치’에 활용했던 권 전 최고위원과 박 수석은 물론 한광옥(韓光玉) 대표마저 쇄신파들의 타깃이 된 상태에서 김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고는 진화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김 대통령이 어설프게 나섰다가는 사태가 더 엉켜버릴 가능성도 있다. 벌써 일각에선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이번 파동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할 경우 권력누수가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공세를 취하는 진영이나 수세에 몰린 측이나 정치적인 생명을 건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극단적 수순의 선택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돼 이래저래 김 대통령의 지도력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