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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목받침대 잘하면 부상 막는다

입력 | 2001-11-01 18:49:00


“제대로 된 자동차 목 받침대(Head Restraint)만 있어도 교통사고에 따른 부상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보험개발원 부설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최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한 ‘2001 세계자동차수리기술연구위원회(RCAR) 서울 총회’에서 내린 결론이다.

RCAR는 전 세계 18개국 자동차 기술전문가들과 보험업계,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효율적인 차량 안전 설계와 효율적인 수리를 연구하는 국제 단체. 한국은 95년부터 정 회원 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총회에는 교통사고 발생시 운전자나 승객이 가장 많이 다치는 목 부분을 보호하는 목 받침대의 안전성이 집중 논의 대상이 됐다.

교통사고 부상자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사나 차량 안전성 평가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되는 자동차회사 입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였기 때문.

▽교통사고에서 목 부상이 잦은 이유〓목 부위는 전후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관절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연결된 척추 부위에 비해 뼈나 근육이 약하다. 이로 인해 충격이 가해지면 척추나 머리와 연결된 부분이 손상되기 쉽다.

특히 다른 차량이 뒤쪽에서 들이받을 경우 운전자나 승객이 앞쪽으로 쏠렸다가 머리 무게에 의해 뒤로 제쳐지면 척추나 머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목에 충격이 집중돼 다치기 쉽다.

실제로 영국은 연간 교통사고로 25만명 이상이 목 부상을 당하고 있고, 이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7억파운드(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목 부상에 의한 의료비가 99년의 경우 1200억원(보험개발원 통계)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보험금 청구 건수의 30∼40%가 목 부상 관련이라는 미국 보험연구회(IRC)의 보고도 있다.

▽목 부상은 치명적〓목은 척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급격히 젖혀지면 척추 표면이 서로 마찰 작용을 일으켜 손상될 수 있다.

척추 표면 손상은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되는 관절통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하고 있다.

갑작스런 충격으로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의 급격한 변화도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척추로 들어가는 신경 조직이 다칠 수 있기 때문. 이렇게 되면 전신 마비나 호흡 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 생명을 위협할 수 도 있다.

▽해결책은 적절한 목 받침대〓교통사고에 의한 목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운전자 뒷머리와 근접하고, 머리보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있는 목 받침대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머리가 급격히 제쳐지는 것을 막아 목뼈나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RCAR는 이번 서울 총회에서 목 부상을 효율적으로 예방하는 목 받침대 기준을 발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목 받침대 윗부분이 머리 윗부분으로부터 최소한 8.89㎝ 이상 올라가야 한다. 사고 발생시 머리가 뒤로 제쳐지면서 몸이 약간 뜨는 것을 감안한 수치다.

또 목 받침대로부터 머리 뒷 부분까지의 거리(Backset)가 10.16㎝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머리와 목 받침대 사이의 거리가 이 기준을 넘어서면 뒤통수 부위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지기 때문이다.

RCAR가 발표한 이 기준은 현재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연구소(IIHS)가 채택해 미국에서 팔리는 모든 차량에 대한 안전성 평가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국(NHTSA)도 RCAR의 목 받침대 기준으로 공식 자동차 안전 기준으로 채택하기 위해 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어떤 차종이 안전할까〓IIHS가 올해 세계 각국에서 제작한 200여개 차종의 목 받침대에 대한 성능 평가(우수, 적정, 미흡, 불량 등 4개 등급)를 실시한 결과 대상 차종의 54%만 ‘적정’ 이상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차량의 경우 기아자동차 스펙트라가 ‘우수(Good)’, 현대자동차 쏘나타, 티뷰론, 기아 옵티마, 대우자동차 레간자, 누비라는 ‘적정(Acceptable)’평가를 각각 받았다. 반면 기아 세피아와 대우 라노스는 ‘미흡(Marginal)’ 판정이 내려졌다.

외국 차량은 아우디 A6, BMW 5시리즈 등이 우수 평가를 받은 반면 링컨 타운카나 포드 머스탱은 ‘불량(Poor)’판정을 받았다.

자동차기술연구소 이상돈(李相敦) 선임연구원은 “고급차나 수입차량이라고 해서 목 받침대가 우수한 것은 아니다”라며 “차량을 구입할 때 적절한 규격의 목 받침대가 설치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특별취재팀〓오명철부장대우(팀장) 구자룡(경제부) 서정보(문화부) 송진흡 남경현(사회2부) 신석호(금융부) 최호원기자(사회1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