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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AIG-현대 판 깨지나

입력 | 2001-11-02 18:28:00


올 8월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던 AIG의 현대그룹 금융 3사에 대한 투자협상이 AIG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던 한 당사자의 컨소시엄 이탈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AIG-현대증권간 협상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5∼6개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던 한 당사자가 '9·11테러사태 이후 투자여건이 달라졌다' 며 투자를 포기한 것으로 안다" 고 2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AIG가 10월 들어 느닷없이 4개항을 추가로 요구해 온 것은 컨소시엄 참여회사 사이에 미국시장의 불안 등 여건이 나빠지고 있는데 거액을 투자해야 할 상황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 이라고 말했다.

1개 참여자가 투자 불참 을 선언한 것은 나머지 회사가 투자할 몫이 더 커지는 만큼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AIG는 10월 중순 현대증권측에 △투자액 5년뒤 원금보장 △배당기준을 액면가(5000원)가 아닌 발행가(7000원) 결정 등 4개항의 양보를 요구해왔다. AIG측은 비난여론이 일자 투자원금 보장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현재 금융감독위원회의 공식입장은 '테러사태 여파로 10월말 본 계약 체결-11월말 출자대금 납입 일정을 지킬 수는 없게됐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내 본 계약이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겠다' 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과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금융계 인사들은 협상이 낙관하기 힘든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려면 AIG가 요구하고 있는 3개항에 대해 정부와 현대증권이 어느 정도 성의 를 보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양해각서 체결 20일만인 지난달 13일 현대증권 주식의 신주 인수가격을 8940원에서 7000원으로 낮춰주었다.

현대증권은 AIG의 추가요구를 받은 뒤 "더 이상의 양보는 불가능하다" 며 강경한 분위기다. 정부 내에서도 'AIG가 해도 너무하다' 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고 현대증권이나 정부가 "무조건 양보못한다" 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AIG외자유치건이 현 정부의 주요 경제 치적처럼 상징화됐고 협상이 실패할 경우 1조9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해 협상타결에 목을 매왔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투자회사측이 이번 협상을 위해 1년이상의 시간과 수십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썼기 때문에 쉬 발을 빼지는 못할 것" 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깨질 경우 현대증권이 입을 타격도 만만치 않다. 현대투신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대주주 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증권사의 업무를 늘려 대형화를 해야 하는데 새로운 영업허가는 고사하고 금융업 자체가 제약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