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에서 상담심리를 가르치는 장성숙 교수(50·심리학과·사진)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심리치료사다. 장 교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갈등이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때 전적으로 ‘대화’로 풀어나간다. 상담과 약물을 병행하는 병원의 정신과 치료와 다른 점이다.
그가 20여년 가까이 상담자들과 함께 하면서 겪고 느낀 이야기들을 묶어 ‘그래도 사람이 좋다’(나무생각)를 펴냈다.
이 책에는 장 교수가 만난 다양한 ‘상처’가 등장한다. 특이한 것은 현대인들이 부모 자식 부부로부터 가장 깊은 상처를 입는다는 것. 게다가 최근 경제난에 따른 가족 붕괴의 여파로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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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일이 힘들다보니 여유를 잃게 되고 쉽게 분노합니다. 여기에 개인주의를 내세우는 서양식 문화까지 가세해 무관심이 팽배해졌습니다. 친구나 배우자와의 관계도 조건과 타산이 극치를 이루고 있어요. 현대인들은 단지 소외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칠 뿐입니다.”
장 교수의 책은 단지 상처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여느 정신과 의사들이 펴내는 임상보고서와 다르게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책 곳곳에는 상담자를 대하는 그녀의 치열한 직업정신이 배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집착과 욕심에서 허우적대는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차가운 분석이 아니라 ‘사랑’으로 끌어 안으려는 구도자적 삶의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를 괴롭히는 본질은 현실 그 자체라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개인의 ‘마음’입니다. 상담의 기본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어 응어리를 푸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상담자는 때로는 상대방을 야단치고 한편으론 달래기도 해야 합니다. 어른의 역할이 필요한거죠.”
내밀한 고통을 드러내 만져주고 치유해주는 일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장 교수의 이런 헌신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장 교수가 결론 내린 ‘삶’이란 무엇일까.
“결국 인간은 관계의 존재이기 때문에 상처도 인간 때문에 생기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도 인간에게서 나옵니다. 자연이나 취미로 도피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다시 사람속으로 들어와야 하거든요.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에 대한 애정만 간직할수 있다면 견뎌낼 수 있습니다. 한 세상을 헛장난 치다 빈손으로 사라지는 것이 인생인데 뭉친 근육을 풀어내 듯 ‘나’라는 에고로 뭉쳐진 삶의 응어리들을 풀어내며 순하게 사는 것이 행복의 본질이지요.”
그는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작 내 자신이 갖고 있는 이기심 편견 집착과 만났다”면서 “힘들고 벅찬 일이지만 상담 과정에서 상대방과 내 영혼이 함께 성장한다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내게 삶의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준다”고 말했다.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