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구 '숲' (왼쪽) 정연희 '염원' (오른쪽)
《수묵화와 서양화 분야에서 새롭고 과감한 미학을 보여주는 전시회들이 열린다.
월전미술상을 수상한 조환과 이중섭미술상을 받은 강경구의 전시에선 중진 남성작가가 뿜어내는, 육중한 수묵화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두 여성작가 정연희와 변재희의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서양화 전시도 주목할만하다. 이국 풍경을 통해 영원과 동심의 세계를 추구하는 이들은 과감한 기법을 이용해 서양화를 보는 눈을 넓혀준다.》
조환 '서울'
#한국화, 그 새로운 거칠음의 미학
9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가진화랑(02-738-3583)에서 열리는 조환 개인전. 조환은 한지에 먹으로 차량 가득한 서울 거리를 묘사한 ‘서울’ 연작을 전시한다. 둔탁한 터치의 묵선으로 서울의 음울한 현실을 묘사한 작품들이다. 차량의 행렬은 마치 딱정벌레나 현대인의 굽은 등을 연상시킨다. ‘이렇게 그리는 수묵화도 있구나’할만큼 기존의 통념을 일거에 무너뜨린다.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스페이스서울(02-720-1524)과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미술관(02-724-6323)에서 열리는 강경구의 수묵화전도 비슷하다. 전통 수묵화와는 화면 구성이나 표현 방법이 확연히 다른 ‘숲’ 연작을 전시중. 화폭은 풍경이나 사물로 가득하고 중첩된 묵선으로 화면은 두툼해 보인다. 거친 듯하나 꿈틀거리는 먹선은 생명의 기운, 자연의 소리를 뿜어낸다. 바로 거친 것의 힘이다.
변재희 '오후'
#서양화, 그 과감한 환상의 기법
미국에서 활동 중인 정연희의 개인전 ‘다섯번째 계절’(8∼21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02-734-6111)과 변재희의 개인전 ‘달콤한 추억의 형상화’(7∼17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조 02-738-1025).
정연희의 그림은 광활한 자연에 대한 절절한 갈망이다. 캔버스나 알루미늄판에 그린 대형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천장에 걸어 늘어뜨리는 작품도 있다. 근래 국내에서 보기 드문 기법의 작품이다. 화려한 색채를 배경으로 삼아 하늘과 바다, 점과 선, 배와 물고기, 별과 달 빛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변재희의 그림은 환상적이면서도 동심의 세계에 가까이 있다. 변재희는 유럽의 성채와 궁전 등을 묘사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살아있는 질감이 돋보인다. 아크릴 지점토 골판지 빤짝이 콜라쥬처리 등으로 입체감을 보여줌은 물론이고 유년시절의 추억을 자극한다. 서양화에선 그리 자주 접할 수 없었던 기법으로 감성과 낭만을 연출하고 있다. 성 안에 갇혔던 공주가 금방이라도 왕자의 손을 잡고 성 밖으로 나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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