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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대학강단 서는 전통창호 무형문화재 조찬형씨

입력 | 2001-11-06 18:46:00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문짝을 만들기 시작했던 창호(窓戶) 제작자가 대학 강단에 선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목계리의 조찬형(趙贊衡·63·충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18호)씨는 내년 신학기부터 한양대 응용미술학과에서 초빙 교수로 강의한다.

조씨는 궁궐이나 사찰의 실내에 다는 전통 문짝을 만드는 장인. 나무를 선택해 말리고 제작하는 전 과정은 적지 않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창호의 종류는 30여가지로 이 중 가장 어렵다는 꽃무늬 문살이 달린 문짝 제작이 그의 장기다.

그는 지금까지 수만개의 문짝을 만들었고 이중 경복궁과 하회마을, 구인사, 수덕사의 문짝은 동종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수작. 지금은 창덕궁의 문짝을 제작하고 있고 경주 기림사, 하동 쌍계사 등 상당수 국보급 문짝의 보수도 맡았다.

조씨가 문짝을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16세 때. ‘생존’을 위해서였다. 공방을 운영하던 40대 때는 너무 외로운 작업이라 인삼 농사를 병행하다 직업을 바꿀 것도 생각했다.

“그때 인삼밭 인근에 살던 신부님을 만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그는 인삼농사를 지어 돈을 좀더 번다고 해서 무엇이 대수냐고 반문하며 외길로 나아가라고 충고했지요. 그 때부터는 밤잠을 잊어 사람이 좀 어리벙벙하다는 말까지 들어가며 명품 만들기에 전념했지요.”

조씨는 “대학에서 좋은 제자들을 만나 우리의 얼과 혼이 담긴 전통 창호 제작의 명맥을 잇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개인적으로 창호 박물관을 짓기 위해 6억∼7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토지 등을 매물로 내놨다.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