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치러진 남미의 니카라과 대통령 선거에서 삼수(三修)에 나선 좌익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LN)의 다니엘 오르테가 후보(55)가 집권 자유헌법당(LCP)의 엔리케 볼라뇨스 후보(73)에게 패했다.
로베르토 리바스 니카라과 선거관리위원장은 5일 밤 중간개표결과 볼라뇨스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선거감시기구인 윤리투명성위원회의 집계로도 56 대 43의 큰 격차로 오르테가 후보가 패할 것으로 예상됐다. 근소한 차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던 오르테가 후보는 이날 밤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패배를 자인했다.
이번 선거의 관심은 좌익혁명을 통해 집권했던 오르테가 후보의 재기 여부. 79년 33세의 나이에 소모사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그는 콘트라 반군에 대한 미국의 집요한 지원과 봉쇄정책에 따른 경제악화로 90년 직선에서 정권을 내줬고 96년 재도전에서도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그동안의 과격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복 대신 분홍색 셔츠를 입고 선거운동에 나선 그는 미국의 대 테러 정책을 지지하는 등 친미 유화정책을 표방하며 ‘사랑과 화해’ ‘단합’을 외쳤다. 한편 사업가 출신으로 부통령을 지냈던 볼라뇨스 후보는 “산디니스타 정권이 재산을 몰수하고 언론을 탄압했던 80년대를 기억하자”고 맞섰다. 오르테가 집권시절 토지와 기업을 빼앗기고 반혁명혐의로 수감되기도 했던 볼라뇨스 당선자는 “부패 척결과 경제재건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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