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되풀이 되어 온, 용병의 교/대체 행진. 이번 시즌 만큼은 예외가 될 줄로 알았지만 그런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벌써 두 팀이나 용병을 교체했다. SK 나이츠의 그렉 스프링필드가 부상으로 퇴출 되었고, 삼보는 조나단 비어봄을 기량 미달로 퇴출 시켰다.
이렇게 용병 선수가 퇴출 될 경우, 구단은 새 용병 선수를 뽑던지 데려오던지 해야 한다.
SK 나이츠는 NCAA 2부 리그에 소속된 베이커스필드 대학(CSUB,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을 나온 프로 경험이 없는 테렌스 무어를 선택했다. 검증되지 않은 실력이기에 시즌이 시작되어야만 평가할 수 있겠지만, 탄력적인 플레이와 23세의 어린 선수라는 플러스 요인이 있기에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삼보의 용병 교체에 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매 시즌 마다 용병 때문에 속앓이를 해야 했던 몇몇 구단은 ‘연습용병’이라는 명목 하에 트라이아웃에서 선발한 용병 선수와는 별도로 한,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더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보도 그러한 구단들 중 하나로, 용병 트라이아웃 1순위의 안드레 페리와 19순위의 조나단 비어봄 이외의 해리 리브즈와 대릴 프루를 데리고 있었다.
대학 선수들과의 연습경기에서는 안드레 페리와 조나단 비어봄의 스파링 파트너로 이용할 목적이기도 했고, 장기적으로는 갑작스럽게 용병을 교/대체 해야 할 때가 되었을 때 외국인 선수를 급조 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기도 했다. 삼보는 내심, 후자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랬겠지만 오히려 그 시기는 빨리 찾아오게 되고 말았다.
조나단 비어봄을 퇴출 시키기로 결정하고, 삼보는 연습용병인 해리 리브즈와 대릴 프루 중 한명으로 교체를 결정해야 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용병은 해리 리브즈. 아마도 최종 결정 내용만을 접한 다수의 사람들은 ‘조나단 비어봄 보다 해리 리브즈가 더 나은 선수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거나, ‘해리 리브즈는 대릴 프루보다 더 잘하나보지?’하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기량 미달이라고 퇴출시킨 조나단 비어봄이나 새로 삼보의 용병자리를 꿰차게 된 해리 리브즈나 두 선수 모두 비슷비슷한 기량을 가진 선수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98-99 시즌부터 한국농구를 접했던 대릴 프루가 기량도 검증되어 있고, 해리 리브즈 보다는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선수임에 틀림 없다는 것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일…
삼보도 처음부터 해리 리브즈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아직도 대릴 프루를 쓸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해리 리브즈 대신 대릴 프루를 쓰면 되는거 아니냐?”라고 되묻는 사람이 있을 듯 하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라면, 벌써 그렇게 되었을 테지만 정말 말처럼 쉬운게 아니기 때문에 삼보는 답답하기만 한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삼보는 대릴 프루를 쓸 수가 없다. 삼보 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에는 다른 구단에서도 대릴 프루를 쓸 수가 없다. 정식 경기에서 뛰는 대릴 프루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한국 프로농구에 몸 담았던 외국인 선수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교체나 대체 용병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대릴 프루는 지난 시즌에도 창원 LG 세이커스의 알렉스 모블리 대신 대체되어 시즌 마지막까지 뛰었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부터는 그러한 관행이 바뀌었다고 한다. 한국 프로농구 판에서 검증 받은 선수라고 하더라도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그 시즌 동안 뛸 수 없다는 규칙(?)이 생긴 것이다.
대릴 프루는 트라이아웃을 하던 지난 7월 시카고의 하늘 아래에 있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기 위해서 였지만, 프루는 트라이아웃 선수명단에 등록되지 못했다. 이유는 구단 감독들이 그를 지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던데, 삼보가 연습용병으로 대릴 프루를 데려왔다는 대목에서 그 이유는 왠지 타당성이 결여된 듯한 느낌을 준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않았던 대릴 프루를 쓸 수 있는 방법이 딱 한가지가 있기는 있다. 바로 삼보가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가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 모두에게 러브 콜을 제안했을 때 다들 ‘NO!’라고 하면 그때는 프루가 뛸 수 있다고 한다. 용병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가 한, 두명도 아니고 러브 콜에 ‘OK!’하는 선수가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삼보는 꼼짝없이 그 용병을 써야하는 것이다. 방법이라고 하기에는 불가능한 것, 삼보는 그렇기 때문에 대릴 프루 로의 교체를 하지 못했다.
해리 리브즈가 잘 해주기만 한다면야 좋겠지만, 대릴 프루가 아닌 해리 리브즈로의 교체는 삼보의 입장에서 볼 때 속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농구 칼럼니스트 osjtweet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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