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일산복지타운의 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은 7일 밤을 거의 뜬눈으로 보냈다. 날이 새면 처음으로 타보게 될 미국행 비행기와 공연 등을 생각하며….
한없이 맑은 ‘마음의 소리’로 노래한다는 평을 듣는 이들은 미국 국제홀트아동복지회와 남캘리포니아주 밀알선교단 등의 초청을 받아 17일까지 미국 순회공연을 할 예정이다.
정신지체와 과잉행동증, 다운증후군 등 두 가지 이상의 복합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은 99년 창단 이후 60여차례의 국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외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출발일인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복지타운 정문 앞에 모여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단원 20명과 말리 홀트 여사 등 스태프 7명을 배웅하러 나온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의젓하게’ 해외공연길에 나서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단원 구동희씨(26)는 남들은 쉽게 알지 못해도 동료들은 금세 알아채는 손짓과 소리로 서둘러 공항행 버스에 오르라는 신호를 연방 보내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는 별로 말을 안하던 김현군군(13)도 “미국에 가본다니 너무 좋다”며 “연습한 노래를 잘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 공연이 확정된 올 6월 이후 지금까지 지휘자인 박제응씨(37)와 피아노반주 허진경씨(34·여) 등과 호흡을 맞춰 힘겹게 20여곡의 가곡과 복음성가, 해외민요 등을 연습해왔다.
이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영어와 이탈리아어 노래 10곡을 나름대로 소화해내 지도교사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과 함께 생활해온 사회복지사 박꽃송이씨(26·여)는 “단원들이 음악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암기력과 대화 능력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1일 포틀랜드에서 미국 첫 공연을 갖는다. 한인 교포는 물론 한국인 입양아를 키우는 미국인들도 대거 초청하기로 했다. 13일과 14일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인교포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홀트복지타운측은 “중증의 장애를 앓고 있어도 기회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장애를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들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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