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 이 말을 들으면 골퍼들의 가슴은 설레는 동시에 답답해진다. 부킹을 받는 날이면 골프장 전화는 대부분 불통이다. 고장 수리중이라는 자동안내가 나오거나 하루종일 통화중인 경우가 다반사. 수억원짜리 회원권을 가진 회원이나 비회원이나 부킹 전화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왜? 부킹이 아예 안 되니까. 이쯤 되면 한국 골프장의 부킹 전쟁은 미국의 아프간 전쟁보다 심각하다. 전화불통뿐 아니다. 골프장 사장이나 임원들은 아예 휴대폰 전원을 꺼놓는다. H골프장 부사장은 출근을 포기하고 호텔에서 업무를 보기도 했다.
부킹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수급 불균형 탓이다. 골프인구는 300만명이 훨씬 넘는데 150여개밖에 안 되는 국내 골프장은 하루종일 풀가동해 보아야 20만명 내외만 수용할 수 있다. 게다가 겨울이 다가오면서 티오프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부킹 급행료가 생겨난 것은 이 때문이다. 예약 담당자나 임직원에게 뒷돈 주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부킹 압력은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각 부처에서부터 지방 공무원까지 다양하다.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서둘러 미리 미리 부킹이 들어오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어떤 이들은 시간과 장소를 자신이 정하는 무식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부탁하는 측이나 받는 측이나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장소와 시간을 골라 가는 것은 골프장 사장도 못한다. 문을 걸어잠그고 사장 혼자 치면 몰라도. 부킹 걱정 없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