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코트 노장 만세!
전 세계 농구팬의 눈과 귀가 NBA 워싱턴 위저즈의 ‘돌아온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38 ·198cm)에게 쏠려 있다. 이 때문에 11월3일 개막된 2001·2002 애니콜프로농구 정규리그에 한국 농구팬들의 관심이 덜할까 우려된다.
현지 언론과 농구 관계자들의 평에 따르면 조던의 코트 복귀는 일단 성공적이다. 10월31일 뉴욕 닉스와의 개막전에서 고작(?) 19득점에 그친 그는 이틀 후 벌어진 애틀랜타 호크스 전에서 31점을 기록하며 예전 기량을 과시했다. 3년여 만에 다시 공을 잡은 것치고 대단히 빠른 적응 속도다.
지난달 조던이 컴백을 공식 선언했을 때, 몇몇 국내 농구 관계자들과 그의 재기 여부를 놓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일부는 마흔이 다 된 나이를 이유로 들며 “완벽하게 다시 일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지만 몇몇은 “전성기만큼은 아니어도 이름에 먹칠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나이가 적지 않은데도 조던의 재성공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공백기간에도 멈추지 않은 골프와 웨이트 트레이닝 등 충실했던 체력 관리와 천부적인 감각을 꼽는다.
현재 NBA에는 조던과 비슷한 또래 선수들이 숱하다. 시애틀 슈퍼소닉스와 LA 레이커스에서 각각 올랜도 매직으로 팀을 옮긴 ‘킹콩’ 패트릭 유잉(39·213cm)과 호레이스 그랜트(36·208cm), 정들었던 휴스턴 로케츠를 떠나 토론토 랩터스에 둥지를 튼 하킴 올라주원(38·213cm) 등이 그들이다. 이들 노장은 체력에 다소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시카고 불스 시절 조던의 단짝이었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스코티 피펜(36·201cm)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 기량과 체력관리에 한시도 소홀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막강한 체력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농구라는 종목에서 노장이 빛을 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해마다 프로에 진출하는 파릇파릇한 조카뻘 선수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이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현재 국내 프로농구계의 최고령 선수는 원주 삼보의 ‘농구 천재’ 허재(36·188cm)로 조던보다 두 살 어리다. 지난 시즌부터 체력 저하로 눈에 띄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코트에 서면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다. 특히 올 시즌 주전가드 신기성이 군 입대로 자리를 비운 삼보로서는 허재의 맹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야말로 노장의 제2전성기다. 허재뿐 아니라 요즘 한창 물오른 기량을 자랑하는 창원 LG의 조성원(30·180cm)과 전주 KCC의 이상민(29·182cm) 등도 오랫동안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들을 통해 ‘굵고 짧게 살기보다 굵고 길게 사는’ 풍토가 조로 증세가 극심한 우리나라 농구계에도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