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인구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것은 우리의 지척에 있는 거대 시장이 본격적으로 세계경제 체제에 편입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되는 일이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WTO 가입이 우리가 기다리기만 하면 ‘횡재’를 가져다 주는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이 우리와 똑같은 룰의 적용을 받게 되면 공산품 수출에는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농업 등 경쟁력이 약한 분야는 최악의 경우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격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중국산 쌀의 유입을 불과 몇 %의 수입관세로 어떻게 막겠는가. 마늘 등의 중국산 농산물 수입을 그 동안은 조정관세 등으로 근근이 막아왔는데 앞으로는 기본관세밖에 부과할 수 없으니 방어가 어려워질 것이다.
또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산업분야에서 아직은 우리가 중국에 비해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하지만 황새걸음으로 달리고 있는 중국의 기술력이 수년내에 앞으로 치고 나갈 경우 우리는 중국 시장에서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밀리는 불길한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뉴라운드 협상도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한국에 득이 되는 측면도 많지만 농업 분야와 서비스 분야 등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밝은 전망만을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의 정책 선택과 관련해 우려되는 바가 많다. 장밋빛 전망만을 노래하다가 별다른 성과를 챙기지 못한 채 한국 경제의 추락을 막지 못했던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교훈을 잊은 느낌이다. UR가 타결된 94년과 지금은 변화의 속도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 중국까지 WTO 체제에 들어서게 됐으니 우리에게 더 이상의 신천지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관계 당국은 일련의 세계적인 통상 질서 개편이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뉴라운드 출범 문제를 논의하는 책임을 맡은 협상팀의 보강도 필요하다. 정부는 외교관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통상교섭본부에 관련 개별 산업에 대한 지식을 갖춘 타 부처 출신이 적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문별 협상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