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중국 정보기술(IT) 시장의 본격적인 개방이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 IT 선진국들의 관심은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중국 IT시장 공략에 쏠려 있다.
그러나 중국 IT산업의 경쟁력은 이미 국제적인 수준에 올라 있어 오히려 외국 기업에 위협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잘 교육된 인력, 세계 수준의 제조능력, 강력한 정부의 지원 등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 IT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를 제외한 IT 제품의 중국 내 생산액은 99년보다 38.4% 늘어난 255억달러. 미국(885억달러)과 일본(455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의 규모이다. 중국의 컴퓨터시장 내수 규모는 연 700만대 이상으로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위권이다. 역사가 20년도 안되는 롄샹(聯想)그룹이 중국 내 PC시장에서 3년 연속 1위를 지키는 등 중국 제품이 내수시장의 80%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인 IT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중국의 PC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36.4% 늘어난 108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올 7월 말 현재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1억2060만명으로 세계 1위이다.
이런 엄청난 시장성 덕택에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약 30%가 IT분야에 몰렸다. IT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롄샹, 베이다팡정(北大方正), 칭화둥팡(淸華東方) 등 대형 벤처기업과 백만장자 최고경영자(CEO)들을 다수 배출하기도 했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IT인프라는 중국 IT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다. 중국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광케이블과 초고속통신망 설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700만명 정도인 인터넷 이용인구는 2005년엔 2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차이나유니콤이 내년부터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무선인프라도 확장되고 있다.
지금 중국에는 젊고 실력 있는 인재들이 넘쳐난다. 해외에서 ‘선진기술’을 익히고 돌아온 유학생만 11만여명. 작년 한해 동안 베이징(北京) IT단지인 중관춘(中關村)에는 유학생 1000여명이 둥지를 틀었다.
유진석(劉晉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WTO 가입으로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면 중국은 이들 기업의 기술을 흡수해 성장에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은 연구개발 비중을 확대하고 중국시장 공략에 가장 유리한 사업분야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