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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초현실의 아름다움 애리조나주 '채색 사막'

입력 | 2001-11-09 19:51:00


천둥번개와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광활한 애리조나의 '채색된 사막(Painted Desert)' 황무지 한가운데서 하룻밤 캠핑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펼쳐지는 대자연의 드라마틱한 쇼를 보고 있노라면 간밤의 불편함에 대한 기억은 사라진다. 밤새 불던 거센 바람은 이제 더 이상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귓가에서 휘파람 소리를 낸다.

▼박종우의 세계 여행▼

- ④초현실의 아름다움 '채색 사막'
- ③프랑스 '귀더리' 최고의 서핑장소
- ②개발과 보전 사이…가봉 열대우림
- ①무지개 등으로 장식된 도시 '호이 안'

아침 햇살은 이 공원의 산을 부드러운 색깔로 물들인다.햇살을 받은 산은 때론 빨갛게, 때로는 핑크색으로 빛난다.높고 푸른 하늘 아래, 풀은 하늘에라도 닿을 듯 큰 키를 자랑하며 자란다.

이 공원 관리직원인 핼리 라센은 "채색 사막은 일출과 일몰 때 기막힌 풍경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라센은 페트리파이드 포리스트(돌나무 숲) 국립공원에서 3년 이상 일했으며 종종 배낭 하나만 매고 황무지 여행을 떠난다.

그녀는 "이 사막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현실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며 눈을 지그시 감는다.

페인티드 사막은 페트리파이드 공원의 북쪽 끝에 있다. 스페인 탐험가들은 이 사막의 풍부하고 따뜻한 색채를 보고 '채색된 사막(Painted Desert)'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공원의 나머지 부분은 무지개빛 알록달록한 색깔로 유명한 돌나무 숲(石化林)이다.

3만7413 헥타아르 넓이의 이 공원은 동부 애리조나 나바호 인디언 보호 구역 남쪽에 있다. 1906년에 국가 기념물로 처음 지정됐으며 1962년 국립공원이 됐다. 이 공원 3만7413 헥타아르 가운데 2만 헥타아르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가을이면 사람들은 늦더위를 피해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부는 이 곳으로 몰려온다. 관광객들은 이 공원을 관통하는 포장도로를 달리면서 아름다운 풍경과 깨끗한 공기를 즐길 수 있다.

또 길가에 자리잡은 휴게소에서 느긋한 한때를 보낼 수 도 있다.

휴게소들은 독특한 풍경 앞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방문자들은 '채색 사막'의 계곡 풍광, 미국 인디언들의 암면 조각,그리고 2억5000만년 전에 나무에서 돌로 변한 무지개 빛 '돌 나무 숲'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억 5000만년 전에 애리조나주는 현재의 파나마가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지금 이곳은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사막이지만 그 당시에는 공룡들이 포효하던 열대 우림이었다.

나무들은 홍수 때 뿌리 채 뽑혀나가 부드러운 진흙과 화산재 아래 묻혔다. 산소가 차단 됐기 때문에 나무들은 썩지 않았고 화학작용에 의해 서서히 돌로 변해갔다. 땅 속 깊이 있던 '돌 나무' 들은 침식 작용에 의해 땅 밖으로 나와 오늘날 페트리파이드(돌나무) 공원을 이루고 있다.

나무에 박힌 줄무늬 모양의 흰 수정 성분은 햇살을 받는 각도에 따라 옅은 노랑색에서 주황색, 때로는 빨간 색, 자주색으로 빛난다. 초기 탐험가들과 정착민들은 이곳 돌 나무 속에서 자수정(紫水晶), 연수정(煙水晶), 황수정(黃水晶)을 발견한 뒤 팔기 위해 돌나무를 베어냈다.

하지만 지금 관광객들은 이 보석을 집으로 가져갈 수 없다. 매해 12톤 가까운 돌 나무들이 없어지고 있어 정부에서 반출 금지 법률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무심코 집은 작은 돌 나무 조각 하나 때문에 체포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영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들은 국립공원 옆 사유지에서 발견된 돌 나무 원석들을 국립공원 기념품 점에서 살 수 있다. 대량으로 사고 싶으면 40번 주간(州間) 고속도로와 180번 고속도로 옆에 있는 딜러 가게를 찾으면 된다.

차에서 내려 걷고 싶은 사람들은 7개의 하이킹 코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짧은 시간 가볍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1킬로미터짜리 코스를 택하면 된다. 공원 입구에서 출발하는 이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이 공원에서 가장 큰 석화림 밀집지역을 볼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블루 메사로 연결되는 2킬로미터 코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자줏빛 푸른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이 코스에서는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모험과 고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카치나' 라고 불리는 코스가 준비돼 있다. 처음 몇분간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고 나면 갑자기 평평한 지형이 펼쳐진다. 이 고원에서 2킬로미터쯤 더 가면 수천 에이커에 달하는 거대한 황무지가 나타난다.

이 황무지는 공원 내에서 캠핑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황무지에는 햇빛에서 벗어날 그늘도 없고 물도 없다. 따라서 차양막과 여분의 물은 필수다. 이곳에서 종종 혼자 캠핑을 즐기는 라센은 "황무지 캠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며 "좋든 나쁘든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박종우 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