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당국이 북한의 긴급 지원 요청에 따라 결핵백신(BCG)을 모두 북한에 비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바람에 국내에 한동안 결핵백신 공백 상태 가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작 백신이 필요한 국내 접종자들이 백신을 맞을수 없어 전국 각 보건소에서 한동안 백신 품귀소동이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빚어졌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 당국은 10월 10일 민간단체인 유진벨재단을 통해 결핵백신 3만병(약 30만명분)을 북한에 지원했다.
유진벨측은 8월 13일 공문을 통해 BCG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결핵퇴치사업에 크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통일을 향한 작은 발걸음 이라며 하반기 물품지원 시기인 9∼10월내 기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 고 협조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은 결핵백신을 새로 생산해 지원하기가 힘들자 일단 10월초 국내에 공급해야 할 결핵백신을 북한에 우선 지원키로 결정했다.
문제는 국내 수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결핵백신을 북한에 무리하게 공급, 11월6일부터 3일간 국내엔 예방접종할 결핵백신이 전국 각 보건소에 한병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계속됐다는 것.
결핵백신 북한 지원 현황
연 도
지원량
접종대상자
1999년
1만병
10만명
2000년
2만병
20만명
2001년(10월 현재)
3만병
30만명
서울 Y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매주 화, 금요일마다 결핵 예방접종을 실시하는데 6일에는 결핵백신이 없어 접종을 받으러 온 신생아 등을 모두 돌려보냈다 고 말했다.
국내의 백신공백은 북한에 정부 보유분을 모두 제공한 뒤 부랴부랴 생산한 추가분이 9일부터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해소됐다. 결핵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사실을 절대 외부에 노출하지 말라 고 각 지부에 통보했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결핵백신 공백사태는 추가 생산분의 검정기간이 22주로 너무 긴 탓에 공급시기를 잘못 판단해 발생한 실수 라고 해명했다.
의료계에선 그러나 신생아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노숙자의 급격한 증가로 결핵백신의 국내 수요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결핵백신을 몽땅 넘겨준 것은 무분별한 북한 퍼주기 의 극명한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또 결핵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겨 백신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연중 전염병 예방사업에 따라 운영되는 국가사업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5세 이상 인구중 42만9000명이 결핵 보균자이며 이중 17만명은 환자로 치료를 받고 있다.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올해만 4만2000명의 결핵환자가 발생했으며 연간 3000여명이 결핵으로 숨지고 있다.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