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에 걸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노력이 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중국의 거대한 경제 규모와 빠른 경제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중국의 WTO 가입은 향후 중국 자신은 물론이고 세계 무역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이번에 중국은 공교롭게도 뉴라운드 협상의 출발과 동시에 WTO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중국이 뉴라운드 협상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체로 중국은 뉴라운드 협상에서 개도국의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10월22일 77개 개도국 그룹(G77)과 중국은 도하 각료회의에 대해 공동입장을 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몇 가지 측면에서 개도국과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관세율은 2005년 이후가 되면 다른 여러 개도국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 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WTO 가입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지위를 개도국으로 결정할 것인가, 아니면 선진국으로 결정할 것인가가 쟁점이 되었다. 중국은 개도국 지위를 보장받기 원했지만 미국 등 기존 WTO 회원국은 선진국에 해당하는 가입 조건을 적용하고자 했다.
결국 중국의 WTO 가입협상에서 최대의 걸림돌이었던 농산물 보조금 비율을 결정하는데 개도국에 적용하는 10%보다 약간 낮은 8.5%에서 타결되었다. 따라서 2005년 이후 중국의 관세율을 감안하면 관세율 인하 문제에서는 중국이 다른 개도국보다 훨씬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중국이 뉴라운드 협상과정에서 2005년까지 이행해야 할 가입조건 이외의 새로운 양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중국은 농업문제 등 중국 경제에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항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양보를 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향후 중국이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세계 무역질서의 자유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 이것은 앞으로 세계 무역질서를 새롭게 형성하는데 중국의 역할이 종전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은 현재 WTO 가입을 계기로 각종 통상 법규 및 제도를 국제 규범에 맞추어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작업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며, 또한 새로운 법규 및 제도에 적응하는 것은 단시간 내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한국은 대중(對中)무역의 흑자국으로 작년에는 56억6000만달러의 무역흑자를 냄으로써 양국 간 통상 마찰의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11월2일 열린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한국 측이 중국의 WTO 가입을 양국 경제 공동 발전의 계기로 활용해 불필요한 통상 마찰을 막는 한편 양국간 무역불균형을 확대균형으로 발전시키도록 합의한 것은 적절한 일이었다.
이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