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은 떨어질까 걱정, 대학은 이탈 방지 고심.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올해 대학입시에서 새로 도입된 수시모집을 놓고 수험생과 대학들이 모두 고민에 빠져 있다.
서울 K대는 17일 수시모집에 합격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초청해 각종 행사를 베풀기로 하는 등 우수 학생이 정시모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S대는 2학기 수시모집 합격생들에게 휴대전화로 각종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구애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각 고교에서는 많은 수시모집 합격생들이 대학이 요구하는 수능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B고의 경우 70여명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 2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했지만 25명 가량이 수능 자격 기준에 미달할 것 같다며 고민하고 있다.
서울 K고에서도 2학기 수시모집 합격생 92명 가운데 가채점 결과 수능 점수가 낮게 나온 20여명이 수시모집 합격이 취소될 위기에 놓여 있다. D고에서도 48명이 수시모집에 합격했지만 10명 가량은 최종 합격에 자신이 없는 상태다.
2학기 수시모집을 실시한 주요 대학의 경우 대부분 수시모집 합격자에게 수능 2등급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설입시기관들이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수능에서 2등급 이상이 되려면 인문계는 295∼319점, 자연계는 320∼338점 이상 돼야 한다. 가채점 결과에 따르면 자연계 2등급 점수가 인문계보다 20점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돼 자연계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에는 "수능시험이 어려웠으니 수시 자격 기준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부장교사는 "시간이 모자랐던 언어영역의 경우 자신이 쓴 답을 적어 오지 못해 점수에 자신이 없는 학생도 많다'며 수시합격 자격 조건을 갖췄을 학생까지 불안해하고 있다 고 말했다.
어려운 수능으로 수험생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시모집 합격을 포기하고 정시모집에 다시 지원하려는 수험생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설입시기관인 고려학력평가연구소가 수능시험을 치르기 전인 지난달 15일 수시모집에 지원한 수험생 277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3명 이상이 수능성적이 좋으면 수시 등록을 포기하고 정시모집에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K고 3학년 부장교사는 수능 이후 수시모집 합격생 가운데 등록을 포기하겠다는 학생은 아직 없다 고 말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교육컨설팅 본부장은 "수능 성적에 자신 없는 수시모집 합격생은 일찍 수시 등록을 포기하는 편이 좋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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