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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도 인기배우 '모시기'

입력 | 2001-11-12 18:23:00


"카메론 디아즈, 에디 머피, 마이크 마이어스가 함께 출연한 영화는?”“…???”

그러나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슈렉’이라는 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슈렉’주인공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90년대 이후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에서 유명 배우가 목소리 연기를 맡는 것은 흔한 일이 되버렸다. ‘라이온 킹’(제레미 아이언스, 우피 골드버그)부터 올 12월 개봉 예정인 ‘몬스터 주식회사’(빌리 크리스털)까지 거의 예외가 없다.

이처럼 인기 배우에게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기는 현상이 국내에도 두드러지고 있다.

그 본격적인 첫 작품이 10일 개봉한 ‘런딤’. 주인공 강두타와 유미라의 목소리 연기를 각각 김정현과 소유진이 맡았다. 내년 1월 선보일 ‘마리이야기’에서는 이병헌 안성기 배종옥 등 정상급 연기자들이 목소리 주인공으로 나선다.

내년 6월 개봉 예정인 ‘원더풀데이즈’도 유지태와 정준호를 캐스팅해 1차 녹음을 마쳤으며 앞으로 2차례 더 녹음할 계획. 특히 원더풀데이즈의 경우 다 그려진 그림에 목소리를 맞춘 것이 아니라 목소리 연기부터 먼저 녹음한뒤 애니메이터가 목소리 분위기에 맞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경우 입모양과 화면이 맞아떨어지고 대사의 분위기까지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것.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인 ‘아크’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더빙을 영어로 하기로 하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A급 미국 배우로 녹음중이다. 제작사측은 홍보 효과의 극대화를 노려 그 배우를 극비에 부치고 있다.

캐스팅된 배우들은 목소리 연기에 대한 이색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병헌은 “처음엔 주저했으나 마리이야기의 시험판을 본 뒤 ‘이런 정도면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내 목소리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개런티는 녹음 분량과 유명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병헌은 6분 가량의 녹음에 1000만원 가까이 받았고 녹음 시간이 짧았던 다른 배우들은 그 절반 정도. ‘런딤’에서 거의 전편에 나온 김정현과 소유진은 약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이야기’의 경우 이병헌 등 목소리 연기자에게 들인 총 비용은 4000만원으로 제작비 30억원의 1.3%에 불과한 수준. 하지만 그에 따른 홍보 효과는 엄청나다는 게 제작사의 판단이다.

원더풀데이즈 김문생 감독은 “유명 배우들은 발성과 감정 연기가 좋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더빙에도 무리가 없다”며 “목소리 주인공이 유명하면 할수록 애니메이션 홍보가 쉬워지기 때문에 유명 배우 캐스팅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출연료도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