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재무전략을 어떻게 짜나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말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30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의 간담회가 끝난 후 어느 대기업 고위 임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진 부총리는 그동안 대기업 규제완화 논의의 핵심이었던 30대그룹 지정제도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 “3년 뒤에 제도폐지 여부를 검토해보자”며 유보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논의는 올해 5월부터 시작돼 반년이나 흘렀다. 그러나 결국 논의만 무성한 채 아직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3년 뒤에 검토한다는 얘기는 지금 정부에서는 제대로 손을 안 대고 그냥 넘어가겠다는 소리 아닙니까.” A그룹 한 임원은 불만을 터뜨렸다.
6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자. 진 부총리는 5월 4일 “외환위기후 새로 생긴 기업규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운을 뗐다. 전경련은 7개 부문에서 33개 기업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같은 달 17일 정재계 간담회에서는 규제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간 불협화음도 나왔다. 공정위가 “기업들이 외환위기 후에도 변한 게 없는데 무슨 규제완화냐”고 주장하자 재경부는 “언제까지 기업들을 규제대상으로만 볼 것이냐”고 반박도 했다. 그러나 규제완화방안이 언제쯤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안개 속에 싸여 있다.
정부가 무려 반년이라는 시간을 끌고도 규제완화에 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혹시라도 ‘개혁의 후퇴’라는 강박관념에 묶였거나 대기업에 대한 불신 때문에 여전히 정부가 기업활동을 좌지우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한 정부 고위인사들이 아무리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부르짖더라도 막상 기업인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영해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