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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애리조나 특급투수 실링의 인생역정

입력 | 2001-11-12 20:50:00

커트 실링의 다섯 식구. 아내 숀다를 비롯해 가브리엘, 그랜트, 게릭(왼쪽부터) 3남매가 있다.


‘고통을 이겨낸 피칭.’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국내 팬들은 김병현의 활약만큼이나, 대회 공동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초특급 선발투수 커트 실링(34)에 대해 강한 인상을 갖게 됐다. 그의 ‘순탄치 않은’ 인생 경험이 최근 피플지에 소개됐다.

실링의 가장 큰 후원자인 아버지 클리프는 실링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투수로 빅리그 마운드에 서기 바로 몇달 전 ‘동맥 흐름 장애’로 세상을 떴다. 끊임없이 격려해 주었던 아버지를 잊지 못해 그는 야구경기가 있을 때면 언제나 구장에 아버지를 위한 하나의 빈자리를 예약해 둔다. 실링은 “데뷔 후 13년 동안 한 번도 좌석 예약을 거르지 않았다. 내가 투구를 하는 날, 아버지가 항상 거기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아내 숀다(33)는 지난해 겨울 갑자기 살이 찌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대수술 끝에 이제 겨우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실링은 “마운드에서는 아내가 병을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떠올릴 수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올해 거둔 성적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 성과를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트 실링이 야구를 하도록 인도해 준 아버지 클리프(오른쪽).

실링 자신도 매일 ‘조그마한 고통의 연속’을 겪고 있다. 고교시절부터 ‘씹는 담배’에 중독이 돼 근 20여년 간이나 유혹을 끊지 못한 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긴 하지만 실링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끔찍하고 구역질나는 습관”이라며 힘든 표정을 짓는다.

실링은 또 환자들을 격려해 고통을 이겨내도록 한다. 그는 아내와 함께 92년부터 ‘루게릭병(일종의 근육병)’ 환자들을 돕는 자선단체에 가입했다. 95년 태어난 첫아들 이름도 ‘게릭’으로 지었을 정도다.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