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정(58)과 정동환(54).
두 중견배우가 15일부터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극단 ‘물리’의 연극 ‘배장화 배홍련’(정복근 작, 한태숙 연출)으로 한 무대에 선다. 79년 ‘부도덕 행위로 체포된 어느 여인의 추억’에서 함께 출연한 뒤 22년만이다.
‘배장화…’는 조선시대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두 자매의 죽음 등 작품의 기본 뼈대는 원작에서 빌려왔으나 각색 과정에서 현대 가정의 갈등과 붕괴를 담은 심리극으로 비틀어졌다.
원작에서 죽여도 시원치 않은 계모 허씨는 상대적으로 온화한 인물로, 결혼을 앞둔 두 자매는 이기적인 존재로 재창조됐다. 정동환은 시인이자 경제적으로 무능한 가장 아버지 배무룡으로, 윤소정은 계모 허씨로 출연한다.
9일 이 작품의 연습이 진행되는 문예회관은 두 배우가 뿜어내는 열기로 뜨거웠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람이 순식간에 짓이겨졌는지 나도 알아야겠어. 말해. 말하라구.”
배무룡이 두딸의 갑작스런 실종이 죽음일지도 모른다며 허씨를 추궁한다.
“그 애들은 언제나 둘이만 꼭 붙어서 속닥거려. 의심많은 고양이처럼.”(허씨)
잠시 휴식. 왜 하필 너무 익숙한 장화홍련 이야기일까. 극중 인물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듯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두 배우에게 물었다.
“처음엔 나도 하필 이복 동생이 누이를 죽이는 그 뻔한 스토리를 왜 연극으로 하냐고 생각했죠. 하지만 할수록 힘들고 그래서 재미있어요. 대단한 심리극이예요.”(윤소정)
정동환은 “아들 장수의 살인을 막을 수도 있었던 배씨 부부의 방관은 살인 방조”라면서 “관객들에게 현대인의 내면에 숨어 있는 또다른 본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부도덕…’으로 동아연극상을 받았던 윤소정은 “마음이 맞는 후배와의 공연인 만큼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래야 남편이자 선배인 오현경, 최근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출연한 딸 오지혜 등 까다로운 비평자들의 눈을 만족시킬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년’이 더 무서워. 남편은 다독거리는 편인데. 딸은 인정사정 없어요. 자신 없으면 ‘젊은 사람을 위해 무대를 떠나라’고 독설을 퍼부어요. 애정이 깔린 걸 모르면 아마 매일 싸움 날거예요.”
연극 ‘나운규’의 김영민이 두 누나를 살해하는 배장수로, 배해선과 정수영이 각각 장화와 홍련으로 출연한다. 25일까지 월∼목 오후7시반, 금토 오후4시 7시반, 일 오후4시. 1만5000∼2만원. 02-765-5475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