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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아보니]“보신탕 문화 이해할 수 있어요”

입력 | 2001-11-13 18:43:00


댈러스에서의 삶은 흠잡을 데 없이 행복했다. 가족과 친구도 있었고 하루 일과도 편안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서울에 일자리를 소개받게 되었다. 이것은 평생에 한번 있는 기회였다. 3개월 안에 우리는 집과 차를 팔고 나머지 가구는 창고에 보관한 뒤 미지의 삶을 찾아 7800마일이나 떨어진 서울로 옮겨왔다.

▼한국 음식문화의 한부분▼

이곳의 거리는 안전하다. 등·하굣길에 홀로 거리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 아마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었을까? 이 어린이들은 버스를 기다리거나 지하철을 타기도 한다. 그것도 해가 진 후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감탄한다. 1200만명이 사는 거대도시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로이 왔다갔다하지만 그 누구도 이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도 수많은 곳을 가봤지만 단 한번도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밤에도 버스에서 내려 혼자 걸어다녀 봤지만 별일이 없었다. 내가 살던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상상조차 못하는 일이다.

한국 음식도 좋아하고 싶어 나름대로 노력도 해봤다. 내가 통상적으로 먹는 음식보다는 한국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도, 한국 음식은 많이 먹어도 체중이 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더구나 한국 여자들처럼 날씬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도대체 한국 음식이 맞지 않다. 바로 이 때문에 서울에서의 생활 중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가 먹을거리 찾아다니기가 됐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한국인들이 대부분의 서양인들이 혐오하는 개고기를 먹는 사실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우리도 개고기를 먹는 일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면 개고기를 먹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말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면 말고기도 먹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서양인들은 단지 이 두가지 고기를 먹지 않는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한국 문화의 일부분이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습성에 거스르지 않기 위해 한국인들이 식습관을 바꾸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나는 햄을 무척 좋아한다. 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다. 하지만 나는 내 친구인 마이크 번스타인에게는 절대로 햄 요리를 내놓지 않는다. 그 또한, 단지 자신이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에 나까지 햄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런 것이 한국인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들의 선택은 스스로 해야 하며 또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어야만 한다.

나는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에게 참을성 있고, 붙임성 있으며, 친절하게 대한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우리들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무안할 정도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역시 나쁜 의도나 적개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때로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너무 이상한 듯 쳐다보기 때문에 내 이마 한가운데 눈 하나가 더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미국에서 결례에 해당하는 것처럼, 거리를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몸을 부딪치는 것도 무례하고 호전적인 행동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정말이지 여기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일 때문에 쇼핑을 하면서 거리를 걷거나 상점 골목을 걸어다니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

▼서로 다른점 이해해야▼

그러나 서울에서의 생활은 매력적이며 도전으로 가득 차 있다. 내 경험의 지평은 매일 넓어지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행복한가? 물론이다. 댈러스에서의 삶을 그리워하는가? 당연하다. 서울에서의 이 경험을 그 무엇과 바꾸고 싶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약력▼

알리샤 플릭은 미국 오클라호마주 노스이스턴주립대를 졸업하고 텍사스주의 공인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초등학교 교사 및 대학 강사 등으로 활동했다. 외국계 투자회사인 ‘렌드 리스 코리아’의 부사장인 남편 패트릭 플릭을 따라 2년 전 서울에 왔다. 렌드 리스는 전 세계 40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 규모의 부동산 펀드매니지먼트 회사이다.

알리샤 플릭('렌드 리스 코리아' 패트릭 플릭 부사장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