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의 뒷받침 없는 공부는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에 다니는 이민영(李珉榮·28)씨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같은 동양 고전을 5년째 익히고 있다. 논어는 벌써 두 번이나 완독했다.
“옛 성현들은 학문의 목표를 천지를 위해 마음을 세우고 인류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는 데 두었습니다. 과연 내가 하는 공부의 목표가 무엇인지 고민이 아닐 수 없었어요. 4학년 때 중용을 읽다가 중화(中和)에 이르면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잡고 만물이 그 속에서 자란다 는 구절을 본 순간 커다란 산이 내 앞을 가로막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씨가 동양고전에 애착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3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퇴계 이황을 공부하면서부터. 그는 3월 열흘간에 걸쳐 퇴계가 33세 때 안동을 출발해 상주 예천 의령 마산 등 남쪽으로 여행했던 곳을 답사했다. 퇴계선생이 젊은 날 고민했던 것들을 엿보고 싶었기 때문.
“논어 맹자 중용 같은 책을 읽으면 글 속에 사람이 드러납니다. 언행일치죠. 퇴계선생은 일생에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했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과연 나에게 가장 즐거운 일인지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사서(四書)와 퇴계문집을 틈틈이 읽으면서 느낀 ‘고전일기’를 1년째 쓰고 있다.
“퇴계선생이 말년에 기대승과 벌인 논쟁은 논쟁이 아니라 연애편지 같았어요. 이런 논쟁 덕분으로 퇴계의 삶은 더 성숙해진 게 아닐까요. 공학을 공부하지만 퇴계의 이런 태도를 본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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