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종목에서 술과 경기성적은 상극이다. 골프 역시 예외일 수 없지만 가끔은 ‘뜻하지 않은 사건’도 일어나곤 한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정신적인 안정이 더 중요한 종목이 골프인 까닭이다.
밝히기 부담스러운 이야기지만 일본에서 활약하는 원재숙 선수(사진)에게는 술에 얽힌 일화가 있다. 당시 이화여대에 재학중이던 원재숙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바로 프로로 데뷔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너무 큰 부담 탓이었을까. 단체전에서 훌륭한 감각으로 우승을 이끈 원재숙이 개인전 최종일 전날까지 선두와 6타 차로 떨어져 있었다. 아무리 용써도(?) 뒤집기 힘든 스코어. 프로경기에는 종종 대역전극을 펼치며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힘든 일이다. 안 되겠다 싶었던 한성룡 당시 국가대표 코치는 원재숙을 술집으로 불러냈다. ‘이기든 지든 긴장이나 풀려 제 실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노림수였다. 그리고 다음날. 원재숙은 결국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 우승을 차지했다. 결국 술 덕분에 2관왕에 오른 셈. 원재숙은 한코치에게 “사람들이 제가 술꾼인 줄 알잖아요”라고 투덜대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은 표정이었다고.
그렇다고 라운딩하기 전에 술부터 마실 생각이라면 마음을 고쳐 먹는 게 좋다. 아무나 ‘술김에’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다.